2018/12/18 13:35:10
창의력에 암기가 필요 없는지 또한 의문이 듭니다. 최근에 교육계를 강타한 책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에는 암기를 통해 창의력을 꽃피운 사례가 나옵니다.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고 뛰어난 글쟁이였던 셰익스피어. 그는 당시 영국의 단순 암기식 교육을 배웠습니다. 초기에 셰익스피어의 극본은 매우 패턴화되어 있었고, 정확하고 규칙적인 운율에 따라 글을 썼습니다. 탄탄한 기본기에 경험이 쌓이면서 최고의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지요.
역대 최고의 연설가 중 하나로 꼽히는 처칠 또한 암기식 교육에 혜택을 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지독한 말썽쟁이였고 열등생이였습니다. 제대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학년을 올라가지 못하고 기초 영어 수업을 반복적으로 들었습니다. 암기식 문법 수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기초를 튼튼하게 다진 처칠은 이후 역사상 최고의 연설가가 됩니다.
인지 심리학자 대니얼 윌링햄은 암기한 지식이 마치 '벽돌'과 같다고 말합니다. 벽돌이 있어야 건물을 지을 수 있듯, 지식이 있어야 창의력을 발휘할 재료가 생긴다는 거지요. 전문적 지식이 없이 창의 교육을 한다는 건 벽돌 없이 건물을 짓겠다는 생각과 같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고 과거 교육과 미래 교육이 전혀 다를 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마존은 회의 때 직원에게 장문의 글을 쓰게 합니다. 파워포인트가 아닌 글을 읽고 회의를 합니다. 직원에게 탄탄한 구성의 글을 쓸 수 있는 '작문 실력'을 요구하는 겁니다. 기존의 교육에는 있기 어렵지요.
요즘 미국에서 고연봉에 상징처럼 되어가고 있는 코딩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딩지식은 쉴 새없이 바뀝니다. 그 트렌드를 스스로 찾아내고,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만드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다만 수학,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코딩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영어 실력'이 우선 필수일 겁니다. 미래 교육은 과거 교육에 부정이 아니라, 그 연장선상에 가까운 셈입니다.
암기와 창의력 교육. 둘은 제로섬 관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튼튼한 암기와 지식의 기초 위에 자라는 나무에 가까운 건 아닐까요? '암기식 교육, 과거식 교육이 창의력을 죽인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