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누는 '가꿈지기'들… "여기선 모두 친구예요"
지난달 29일 찾아간 동구밭 비누 공장에선 향긋한 풀내음이 났다. 10여 명의 '가꿈지기'들이 상추·바질·오이 등 자연에서 난 재료만 쓰는 천연비누를 만들고 있었다. 가꿈지기는 동구밭에서 발달장애인 사원을 부르는 말이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현우입니다. 김씨입니다. 당신은 박씨인가요?" 동구밭에서 한 달 남짓 일했다는 김현우(21)씨는 처음 본 기자를 살갑게 맞았다. "카키색은 상추! 모래색은 케일! 보라색은 오이랑 가지를 섞은 거예요"라며 동구밭 비누를 자랑스레 소개했다.
165㎡(50평) 남짓한 공장은 시끌벅적했다. 가꿈지기들은 '비누 자르기' '비누 모양 잡기' '비누 포장하기' 등 각자 맡은 임무에 따라 빠르게 손을 놀리면서도 "일요일에 뭐 할 거야?" "오늘 점심 맛있는 거야?" 등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동구밭에서는 모두 친구다. 10여 명의 비장애인 직원과 17명의 가꿈지기들이 허물없이 어울린다. 주기적으로 야유회를 떠나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주말에 놀러 가기도 한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돌 가수나 영화를 주제로 수다를 떤다. 가꿈지기가 되기 전까지 선생님 아니면 부모님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발달장애인들에게 동구밭은 일터 이상이다. 사람과 만나 마음을 나누는 놀이터다.
2016년 9월부터 동구밭에서 일해온 '1호 가꿈지기' 박준협(21)씨는 "기계로 비누를 자르는 일이 재밌다. 친구들이랑 같이 일해서 더 재밌다. 일하러 올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