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7 15:10:54
"인싸템 '토끼 모자' 있으면 인기 최고"
인스타그램에 인싸템을 검색하면 2만5000개가 넘는 게시글이 뜬다. 한 개 300원인 캐릭터 볼펜부터 수십만원에 달하는 운동화까지 천차만별이다. 상당수 게시글의 주인공은 초등생이다. '하트 모양 선글라스'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 '동물 잠옷' 등을 착용하고 인증 사진을 남긴다. "내일부터 나도 인싸?"처럼 보는 사람의 부러움을 자아내는 글도 빼놓지 않고 적는다. '#핵인싸' '#인싸템' '#인싸인증' 등 해시태그(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할 때 쓰는 기호)는 필수다.
인싸템 열풍의 배경에는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학생들의 바람이 자리 잡고 있다. 송지민(서울 중대부속초 4) 양은 "용돈을 모아서 10만 원어치 인스를 산 친구가 있다.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걔랑 놀고 싶어 하는 친구가 많아지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서원(경남 창원 중동초 6) 양도 "어떤 친구가 특이하거나 예쁜 물건을 가져 오면 다들 '인싸템'이라며 신기해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인싸템이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러 학생이 "인싸템이 많으면 인기도 많고, 인싸템이 없으면 인기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류찬영(서울 명덕초 6) 군은 "인싸템을 공유하는 게 우정을 돈독하게 해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싸템 때문에 왕따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 애만 없다는데 어떻게 안 사줘요"… 학부모도 한숨
인싸템에 촉각을 곤두세우긴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내 자식만 유행에 뒤처진 건 아닌지' '혹시 따돌림을 당하지 않는지' 늘 불안하다. 사달라는 게 많아질수록 경제적 부담도 커지지만, "나만 없다"는 자식의 말에 매번 지갑을 연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싱가포르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대형 문구 전문점에 들렀다. 일명 '강남 필통'으로 불리는 호주 유명 브랜드의 필통을 사기 위해서다. "출장 가기 전부터 딸이 사오라고 신신당부했다. 한국에 없다는 제품을 사다줬는데 받자마자 인터넷에 자랑 글을 올리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