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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전통 나무 돛단배 봉황호 항해 체험

2018/11/01 15:38:51

"하나둘 하나둘, 선생님 줄이 너무 무거워요."

항해는 돛단배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돛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모두 합쳐 항해 경력만 100년에 달하는 권석주(70)·정금석(68) 사공의 도움을 받아 낑낑대며 밧줄을 당긴 학생들은 누렇고 질긴 돛천이 하늘에 펼쳐지자 환호성을 질렀다.

봉황호에는 뱃머리부터 순서대로 야후돛대·이물돛대·허리돛대의 모두 세 개의 돛이 있다. 가장 큰 허리돛대는 높이가 17m나 된다. 이리저리 돛을 살피던 권 사공은 "돛을 모두 펼친 상태에서 순풍을 만나면 시속이 20㎞까지 나오는데 오늘도 바람이 참 좋아 기대된다"며 "훠이!"하고 출발을 알렸다.

"여러분, 이 배의 원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요?" 봉황호의 돛이 팽팽하게 당겨졌을 무렵 강원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사가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사람들을 태웠어요" "고기를 잡았어요" 등 대답이 나오자 강 연구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 대신 그릇을 옮겼답니다."

봉황호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남 강진 지역에서 흔히 쓰였던 '옹기배'를 본떠 만들었다. 예부터 강진은 솜씨 좋은 옹기(찰흙으로 빚고 불에 구워 만든 그릇) 장인이 많기로 유명했다. 옹기를 배에 싣고 다른 지역으로 장사를 다녔던 사공도 많았는데, 1970년대 플라스틱 그릇이 보급되면서 차츰 자취를 감췄다. 인간문화재인 정윤석(76) 옹기장이 만든 500여 개의 옹기가 실린 봉황호는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옹기배의 명맥을 잇고 있다.

바람길 외웠던 옛 사공 지혜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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