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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홈리스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2018/10/25 16:12:22

홈리스 월드컵은 축구장 6분의 1 크기의 경기장에서 치른다. 팀당 4명의 선수가 전후반 7분씩 모두 14분을 뛰는 '미니 축구'다. 막내 박군을 제외하면 평균 나이가 43.5세에 달하는 한국팀에게는 사실 14분도 짧지 않다. 5분만 뛰어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지만, 도전장을 던진 이유는 한 가지다.

"축구를 하고 나서 제 삶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니까요. 옛날에는 만날 술만 먹었어요. 달력을 보지 않으면 며칠이 지났는지도 몰랐죠."

슈팅 연습을 하던 유재복씨가 말했다. 두 번의 사업 실패 이후 술에 빠져 살았던 유씨는 2015년 보호시설에 들어가서도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홈리스 월드컵 출전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본 뒤로 삶이 바뀌었다. "소주도 멀리하고 공을 찼어요.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운동하는 게 행복해요. 지난달에는 보호시설에서 나와 원룸도 마련했습니다. 사회에 한발 내디딘 기분이에요."

승부보다 중요한 우정

우리 선수단의 목표는 '예선 통과'다. 매 경기 최선을 다 하되 승부에 연연하지 말자고 서로 다독인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배' 손모(41)씨도 이날 훈련을 도우면서 "무조건 즐기라"고 조언했다. 손씨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세계 각국의 홈리스가 모인다. 말은 안 통해도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경기에서 져도 후회가 없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보호시설에 살았던 손씨는 최근 자활에 성공해 삶을 일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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