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위주에서 동물 친화적인 공간으로
"이제 우리 동물원에 와도 원하는 동물을 다 못 보고 갈 때가 잦을 겁니다. 사람 눈을 피해 쉬고 싶으면 들어가 쉴 수 있도록 비밀 쉼터를 많이 만들어 줬거든요. 우리도 매일 남의 관심을 받으면 피곤하잖아요. 앞으로 동물들이 기분 좋은 날만 '그래, 오늘은 내가 한 번 모습을 보여줄게' 하면서 관람객 앞에 나설지도 모릅니다(웃음)." 이날 동물원 소개를 맡은 서세현 전주동물원 진료팀장이 말했다.
전주동물원은 올해로 문을 연 지 40년이 됐다. 12만6000㎡(3만8115평)에 달하는 널따란 부지에는 그 시절 쉽게 볼 수 없었던 기린·얼룩말 등 100종 넘는 동물의 보금자리가 들어섰다. 이후 연간 91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찾는 인기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 시절 동물원은 오직 '전시(展示)'를 위한 공간이었다. 다양한 동물의 습성 등을 고려해 짓지 않았다. 그저 관람객의 눈요기를 위해 철창 안에 동물을 가뒀을 뿐이다. 이 때문에 초원에서 뛰어다녀야 할 야생동물이 좁은 시멘트 바닥에서 평생을 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