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달리. 사고로 앞발을 잃고 버려졌다가 소셜미디어(SNS) 팔로어 40만 명을 둔 '스타견'으로 거듭났죠. 올해 일곱 살이니 사람으로 치면 40대 중반쯤 되려나요. 하지만 올여름 같은 불볕더위는 처음 겪어요. 그래서일까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동물 보호소에 맡겨진 동물이 무려 6622마리예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배나 늘었다네요. 나도 달숙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보호소로 갔겠죠. 내 이야기를 담은 책 '달려라, 달리'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운명을 바꾼 '개무룩' 사진
2013년 2월 24일, 달숙언니 품에 안겨 동물병원을 떠나던 날이 기억나요. 난 겁에 질려 있었어요. 신혼부부와 살다가 오른쪽 앞발을 다쳐 병원에 버려진 뒤론 세상 모든 게 무서웠죠. 그날 언니는 마트에 주차를 하고 내 배변 패드를 사러 갔어요. 나는 또 버림받는 줄 알고 울부짖었어요. "날 데려가요!"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돌아온 언니가 할 말을 잊은 표정으로 서 있었어요. 나도 모르게 차 안을 온통 배설물로 칠갑했던 거예요. 그날 우리는 말없이 차 시트에 비닐을 깔고 앉아 집으로 향했죠.
이후 내 견생(犬生)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가장 즐기는 음식은 소고기예요. 개집은 11채로 늘었고, 옷은 200벌이 넘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24시간 언니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언니는 여행이나 식당 갈 때 동물 출입이 되는지 확인하죠. 난 언니와 소통하려고 표정 따라 하는 연습을 해요. 내가 웃으면 언니도 좋아해요. 그럼 나도 행복해지죠. 여전히 혼자선 계단 한 칸 못 내려가고 미끄러운 바닥에선 제대로 서지도 못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