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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스펙’이 되는 세상 꿈꿔요”

2018/07/06 10:35:57

“엄마, 나 집에서 애 키우면 안 돼?”

육아휴직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2015년 어느 봄, 이 부대표는 매일 사직을 떠올리고 있었다. 온종일 엄마만 찾고 바라보는 아이를 놓고 회사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럴 때마다 친정 엄마의 입에선 벼락같은 호통이 떨어졌다. 대개 ‘집에서 애만 보려고 지금껏 공부했느냐’ ‘그간 너한테 들인 돈이 얼만데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려 하느냐’ ‘엄마가 도와줄 테니 그런 생각일랑 접어둬라’ 등 매번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어코 사직서를 냈다. 5년간 몸담은 회사, 취업난을 뚫고 공채로 들어간 첫 직장, 동기들과의 추억 등을 뒤로하고 ‘엄마’로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 육아 고충 SNS 통해 엄마들 공감 이끌어내…‘창업’ 결심

그렇게 그는 촉망받는 증권가 직장인에서 한순간에 ‘경력 단절 여성’이 됐다. 물론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아이는 태어났고, 육아휴직 이후 막상 아이를 두고 직장으로 돌아가자니 덜컥 겁이 났다. 고작 돈 몇 푼 벌자고 갓 돌 지난 아이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고, 친정 엄마의 희생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이 부대표는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당시 제가 하던 일이 전혀 즐겁지 않았고, 조직의 소모품으로 계속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내키지 않았다”며 “수많은 고민 끝에 ‘2년만 아이 키우는 데 집중하고, 이후 다시 일을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롯이 엄마로서 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친구들의 승진 소식이나 동기들이 일하는 얘기를 듣는 날이면, 이불 속에서 혼자 숨죽여 울었다. 집에서 쉬니 좋겠다고 말하는 주변의 시선도 견디기 어려웠다. 이 부대표는 “아이가 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언젠가부터 ‘난 여기 이렇게 멈춰 있는데 세상은 계속해서 달려가는 기분’이었다”며 “그때 문득 다시 뭐라도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육아 고충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 개인피드에 올렸다. 평소 일명 ‘독박육아’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재미있게 풀어내자, 수많은 엄마에게 엄청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쌓여 탄생한 페이스북 페이지 ‘내가니엄마’는 사진이나 영상 없이 오직 글로만 구성됐음에도 콘텐츠 합산 500만 뷰를 이뤄냈다.

“독박육아 속에서도 끊임없이 무언가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엄마가 아닌 저 자신으로 살아가려면, 계속해 저를 담금질하고 다시 생각을 펼쳐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죠. ‘내가니엄마’는 바로 그런 새로운 생각을 적어내는 공간이 됐어요. 출산 후 경력단절, 워킹맘의 비애, 독박육아의 서러움 등을 글로 표현했죠. 후련했어요. 또 이를 함께 공감해주는 엄마들을 보면서 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이때부터 엄마를 위한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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