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10명 중 6명 "정부 재정 지원 매우 필요"
'대학 살생부'라 불리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가결과가 지난 20일 발표됐다. 대학들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 등 정부의 평가에 목매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정부 재정 지원' 때문이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국내 대학들이 최근 등록금 경감에 동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에 영향을 크게 받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립대학 총장 10명 중 6명은 공공 재원 중 하나인 중앙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나아가 10명 중 8명은 현재 사립대 재정 상황에 대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선에듀'가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팀에 의뢰해 진행한 '대학 정책 관련 의견 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해당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9일간 전국 사립대학 총장 1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89명(응답률 58.17%)이다.
해당 조사에서 정부 대학 재정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 정도를 살펴보면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자가 57명(64%)으로 과반을 넘었다. '동의한다' 19명(21.4%), '보통이다' 6명(6.7%)이며, '동의하지 않는다' 4명(4.5%),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3명(3.4%)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경영자로서 총장들은 대학 재정 상황에 대부분은 심각하다고 답했다. 재정 상황이 '정상적 수준'과 '여유로운 수준'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심각한 수준' 17명(19.1%), '매우 심각한 수준' 72명(80.9%)이었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교육의 질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한 사립대 총장은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면 먼저 각 학과에 지급되는 학과별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이공계학과나 특수학과의 비중이 높은 대학들은 실습 예산이 중요한데, 예산 부족으로 낡은 기자재 실습 도구들을 사용하다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총장은 "교육부의 대표 재정 지원사업인 코어사업(대학 인문 역량 강화사업·CORE)이나 프라임사업(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은 교양과목 개설과 취업·창업 교육 등에 직접적으로 연계돼 해당 사업을 기반으로 교과목 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재정 지원사업에서 배제되면 어느 것도 시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이 대학의 재정난에 대한 볼멘소리가 확산하자 정부도 대학 재정 지원사업 지원 방식을 '일반 지원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정부 중심의 대학 재정 지원사업을 탈피, 대학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코어·프라임 등 5개 대학 재정 지원사업이 2019년부터 일괄 통합 지원된다. 그간 지원받는 정부 예산을 해당 사업에만 쓰도록 용도를 까다롭게 제한했으나, 앞으로는 대학이 사업 설계비나 운영비 등으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의 반응은 정부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다. 대학 총장들은 "엄밀히 따지면 이번 개편은 순수한 의미의 지원 정책이 아니라 구조개혁을 가속하려는 배경에서 마련된 것"이라면서 "지난 정부 때보다는 나아지겠지만, 무한 경쟁으로 인한 대학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