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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전공·심화전공·연계전공·융합전공·자기설계전공…이게 다 뭐죠?

2018/06/20 16:04:25

“경영학과 진학을 생각하는 수험생입니다. 문과생이지만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쪽에도 관심이 많은데, 대학에 가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통해 두 가지 전공을 공부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경영학과 학생이 컴퓨터공학이나 소프트웨어 전공을 (복수전공 등으로) 선택하는 게 가능한가요? 복수전공과 부전공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제가 지원할 대학에는 ‘융합전공’이라는 것도 있는데, 그건 복수전공과 다른 건가요?” (김현민·가명·고 3)

9월 10일 시작되는 201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까지 이제 8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 달 초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면 고 3 학생들은 곧바로 수시모집 지원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수험생들이 대학 지원 시 고려할 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다수가 잘 모르거나 관심 갖지 않는 것이 바로 각 대학의 전공 제도다. 이에 대해 들었더라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정도를 어렴풋이 아는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각 대학은 융합형 인재를 키우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교육 혁신’을 단행하면서 전공 제도 개편에 힘을 쏟았다. 흔히 아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외에 이중전공, 다(중)전공, 심화전공, 연계전공, 융합전공, 자기설계전공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최근 전공제도가 다양해진 데다 복수전공이나 이중전공, 심화전공 등을 ‘필수 이수’로 지정한 대학도 느는 추세”라며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할 학생이라면 ‘입학 후 학업 계획’ 등을 기술할 때 이러한 전공 제도를 활용하는 계획을 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중전공 등 ‘필수’로 지정, 제2전공 선택 시 계열 제한도 폐지 추세

복수전공과 부전공은 대부분 대학이 오래전부터 시행해 온 제도다. 대학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2학년(또는 3학년)부터 주전공 외 다른 전공을 선택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다. 복수전공은 졸업 시 주전공 외 복수전공으로 택한 전공까지 2개의 학사 학위를 받지만, 부전공은 주전공의 1개 학위만 받으며 졸업장에 ‘국어국문학과(부전공 영어영문과)’식으로 표기된다.

대학에 따라서는 복수전공 대신 ‘이중전공’이나 ‘다(중)전공’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예컨대 서강대·경희대는 ‘다전공’, 한국외대는 ‘이중전공’, 한양대는 ‘다중전공’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중전공은 2개 전공을, 다(중)전공은 2~3개 전공을 동시에 이수할 수 있는 제도다. 도은혜 서강대 발전홍보팀 과장은 “서강대 다전공 제도는 4년 내 3개 전공까지 이수 가능한 제도”라며 “주전공 외 제2·제3 전공 선택 시 계열이나 학과, 성적 등 제한도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강대의 경우 현재 재학생의 50%가량이 다전공을 이수하고 있다. 다전공이나 이중전공 제도를 이수하면, 복수전공과 마찬가지로 졸업 시 2~3개 학위를 받게 된다.

다만 복수전공과 이중(다중)전공 제도를 모두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고려대·한양대가 대표적이다. 고려대는 제2전공 제도를, 한양대는 다중전공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복수전공 제도를 별도로 뒀다. 두 대학의 경우, 주전공에서 졸업 요건을 갖추고 나서 복수전공을 이수할 수 있기 때문에 4년 내 이수가 불가능해 졸업을 유예해야 한다는 점이 제2전공·다중전공 제도와 다르다.

주목할 점은 최근 학생들의 복수전공(이중전공·다전공)이나 부전공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과거엔 인문계열 학과 학생이 같은 인문계열이나 사회과학 계열 전공을 고르는 일이 많았다면, 지금은 자연계열이나 공학계열을 선택하는 등 문·이과 경계를 넘어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대학에서도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이 융합형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문·이과 제한을 풀고 선택 폭을 넓혀주는 추세”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는 이은민(서울여대 기독교학과 4)씨는 “주전공 외에 제 관심 분야와 희망 진로에 맞는 전공을 하나 더 들으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복수전공 제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학년 때까지 아동학·교육학·청소년학·언론정보학 등 다양한 전공의 강의를 들으면서 탐색 시간을 가진 뒤 3학년에 진학할 때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이씨는 “서울여대는 복수전공 선택 시 계열 제한을 두지 않아서 같은 과 친구 중에는 디지털미디어학과(자연계열)나 미술대학 학과를 선택해 복수전공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교생 후배들에게도 대학을 선택할 때 전공 제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진로를 일찍 정한 고교생도 있지만, 사실 그러지 못한 학생이 대부분이에요. 목표했던 학과에 합격한 학생도 막상 대학 입학 후 주전공이 맞지 않거나, 다른 전공에 더 관심 가질 수도 있고요. 만약 희망 전공이 뚜렷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관심사 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학생이라면 대학의 전공 제도를 잘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전공 제도가 다양하고 문을 넓게 열어줄수록 학생에게 더 많은 학습 기회가 있다는 얘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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