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경기 김포 유현초등학교 4학년 동백반. 힙합 모자를 푹 눌러쓴 남학생 셋이 비트에 맞춰 랩을 선보였다. 순식간에 교실이 공연장으로 변했다. 다른 학생들도 차례로 나와 '식물의 한살이'를 주제로 랩 실력을 뽐냈다.
이날 동백반에서는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랩 수업'이 펼쳐졌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랩 수업에서는 자신의 감정이나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리듬에 맞춰 표현한다. 꼬마 래퍼들의 랩 스승은 담임 서진혁(31) 교사.
서 교사는 올해로 8년 차 래퍼다. 청주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1년부터 힙합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길거리 공연을 펼쳤고, 교사가 된 뒤에도 틈틈이 교외 행사 무대에 올랐다. 그러던 중 2016년 12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온 장면이 서 교사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당시 유명 래퍼들과 무한도전 멤버들이 역사를 주제로 노래를 만드는 '위대한 유산' 특집이 방영됐다"며 "힙합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감명을 받아 수업에 적용해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랩을 어렵게만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싸이의 '어땠을까' 노래 가사를 바꾸는 시간부터 마련했다.
기존에 있던 가사의 글자 수에 맞춰 내용을 채워넣도록 했다. 그 안에 수학 문제지에 대한 감정도 담게 했다. 학생들은 '가끔 난 수학 종이를 속으로 찢는다' '수학 너 너무 지겨워 내가 널 몰랐으면 행복했을까' 등 쉽게 가사를 써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