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30 14:48:15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ADHD 아이와 부모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부작용 감수하며 약물치료
이씨가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이에게 ADHD 약을 먹일지 말지 결정하는 과정이었다. 약물치료를 하기로 했을 때, 이씨는 남편에게 “우리는 차악(次惡)을 선택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ADHD 약은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이다. 속이 울렁거려 밥 먹기 싫어지고, 이것이 성장 부진으로 이어져 키가 잘 안 크는 경우도 있다. 상담 일에 종사했던 이씨는 이런 부작용을 알면서도 둘째 아이가 5세였던 작년부터 약을 먹였다. “정신과 의사 사이에서도 약물치료에 대한 의견이 달라요. 어떤 의사는 7세 이전에 먹이면 안 된다고 하고, 어떤 의사는 괜찮다고 하지요. 제가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무척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저는 약을 먹이기로 했으니, 의지를 다지고 계속 치료받게 하려고요.”
약물치료는 아이가 더는 상처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제 지인이 초등학교 2학년인 ADHD 자녀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나는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답하더래요. ADHD 아이의 일상을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한테는 ‘가만히 좀 앉아있어라’ ‘너는 대체 왜 그러니’ ‘그럴 거면 집에 가라’는 얘길 듣고, 친구들한테는 ‘선생님 쟤가 그랬어요. 쟤 싫어요’ 같은 얘길 매일 들어요. 그렇게 8~10세가 되면 이미 상처받은 자아가 형성돼 있죠. 결국 그때 돼서 약을 먹어도 (이미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하며 시작해야 해요. 저는 차라리 아이가 상처받기 전에 약을 먹이겠다고 선택한 거예요.”
다행히도 이씨의 아이는 약 부작용이 심하지 않고 예후가 좋다. “약을 먹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봐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른 아이들과 같이 유치원에 다닐 수 있어요. 친구들과 상호작용이 잘 되니까 아이도 행복해 해요. 놀이도 가능하고, 사회성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씨는 자신의 방법을 무작정 따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의사들도 ADHD의 범주가 넓어 개인별 차이가 크다고 말하고, 약이 맞지 않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씨는 “(약물치료는) 전문가 조언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