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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아이 개성으로 볼 순 없을까요?”

2018/05/30 14:48:15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ADHD 아이와 부모

ADHD 아이와 그 부모는 ‘보통’의 사회에서 어울려 살기 어렵다. 이씨는 어느 모임에도 아이와 나갈 수 없었다. “한 번은 첫째를 지인 모임에 데리고 나갔다가, 대성통곡하며 돌아왔어요.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게 두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데, 저는 그럴 수가 없었어요. 아이가 제 통제 범위를 넘어서거든요. 바위틈을 밟고 위로 올라가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기 일쑤죠. 조리원 친구들 만나는 것 같은 보통 엄마들의 육아를 못 했어요. 일반적인 관계 방식에 맞출 수 없어서 가족 전체가 고립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씨도 어느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밀려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승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축구를 시켰어요. 1학년 때 만들어지는 운동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으면, 엄마가 정보를 얻지 못해서요. 그런데 승민이가 운동 능력이 굉장히 부족해서 의도치 않게 친구들과 몸이 자주 부딪혔는데, 친구들한테 ‘때렸다’는 말을 듣더라고요. 아이가 사회성이 낮아 다른 아이들과 교류가 잘 안 돼 오해가 더 심했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그 모임에서 저와 아이를 빼더군요. 그뿐 아니라 친했던 지인들도 자신의 자녀와 승민이가 앞으로 같이 노는 건 어렵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승민이는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도 어려웠다. 3학년쯤 됐을 땐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했다. 승민이가 흥분을 조절하지 못해 강하게 반응하면, 아이들은 그게 재밌어 더 심하게 놀렸다. 어느 날은 승민이가 운동장 구름다리에서 떨어져 죽겠다고 해 소동이 일기도 했다. 학교에는 흥분한 아이를 제어해 줄 사람이 없었고, 그때마다 김씨는 학교로 불려가 아이를 진정시키곤 했다. 친구들은 승민이를 괴물로 봤고, 승민이는 ‘학교에 내 편이 하나도 없다’며 힘들어했다. 결국 중학교에 진학할 때 김씨는 승민이를 대안학교에 보냈다. 승민이는 대안학교에서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 현재 중학교 2학년 나이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고교 선택을 놓고도 김씨와 승민이는 고민이 많은 상태다. “저는 아이가 계속 대안학교에 다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이는 일반고등학교에 가고 싶대요.”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부작용 감수하며 약물치료

이씨가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이에게 ADHD 약을 먹일지 말지 결정하는 과정이었다. 약물치료를 하기로 했을 때, 이씨는 남편에게 “우리는 차악(次惡)을 선택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ADHD 약은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이다. 속이 울렁거려 밥 먹기 싫어지고, 이것이 성장 부진으로 이어져 키가 잘 안 크는 경우도 있다. 상담 일에 종사했던 이씨는 이런 부작용을 알면서도 둘째 아이가 5세였던 작년부터 약을 먹였다. “정신과 의사 사이에서도 약물치료에 대한 의견이 달라요. 어떤 의사는 7세 이전에 먹이면 안 된다고 하고, 어떤 의사는 괜찮다고 하지요. 제가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무척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저는 약을 먹이기로 했으니, 의지를 다지고 계속 치료받게 하려고요.”

약물치료는 아이가 더는 상처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제 지인이 초등학교 2학년인 ADHD 자녀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나는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답하더래요. ADHD 아이의 일상을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한테는 ‘가만히 좀 앉아있어라’ ‘너는 대체 왜 그러니’ ‘그럴 거면 집에 가라’는 얘길 듣고, 친구들한테는 ‘선생님 쟤가 그랬어요. 쟤 싫어요’ 같은 얘길 매일 들어요. 그렇게 8~10세가 되면 이미 상처받은 자아가 형성돼 있죠. 결국 그때 돼서 약을 먹어도 (이미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하며 시작해야 해요. 저는 차라리 아이가 상처받기 전에 약을 먹이겠다고 선택한 거예요.”

다행히도 이씨의 아이는 약 부작용이 심하지 않고 예후가 좋다. “약을 먹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봐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른 아이들과 같이 유치원에 다닐 수 있어요. 친구들과 상호작용이 잘 되니까 아이도 행복해 해요. 놀이도 가능하고, 사회성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씨는 자신의 방법을 무작정 따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의사들도 ADHD의 범주가 넓어 개인별 차이가 크다고 말하고, 약이 맞지 않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씨는 “(약물치료는) 전문가 조언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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