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3 09:21:13
이모티콘, 짤방 등 인터넷 콘텐츠는 단순합니다. 자연히 아이들이 쓰는 단어마저 단순해집니다. 그리고 언어가 단순해지면서 사고까지도 단순해진다고 로라 프리맨은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끄럽다(ashamed), 좌절했다(thwarted), 방치되었다(neglected), 박해당했다(persecuted) 등 다양한 감정이 있습니다. 예민하게 단어의 결을 알아야만 자신의 감정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예민하게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는 대신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아이들은 슬프다(sad)는 하나의 쉬운 이모티콘으로 이 모든 감정을 묶어서 표현한다는 거죠.
반면 상류층의 앞서가는 아이들은 단어를 빠르게 습득한다고 로라 프리맨은 말합니다. 부모님이 매일 밤 책을 읽어줍니다. 집에도 책이 가득합니다. 자녀는 고급 어휘를 능숙하게 구사하게 됩니다.
로라 프리먼은 이런 ‘언어격차’가 다른 무엇보다 빈부격차게 큰 이유가 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자녀에게 좋은 음식을 줘야 하듯, 좋은 단어, 좋은 콘텐츠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네가 읽고 있는 게 바로 너다(You are what you read)’라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콘텐츠는 아이들의 언어 교육에 방해만 되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핑크퐁으로 대변되는 교육 콘텐츠는 아이의 언어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하고 있지요. 이런 콘텐츠의 효과는 어떨까요?
뉴욕대학교의 연구자 케빈 웡이 이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교육 영상의 66%가 실제로 언어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수치로 교육 콘텐츠는 ‘정말로’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문제도 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가 가르치는 단어는 98%가 명사입니다. 형용사, 부사 등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수준이 너무 낮기도 합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이 넘어가면 디지털 콘텐츠로 언어가 늘기 어렵다고 케빈 웡은 지적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정말 언어 교육에 방해가 되는 걸까요? 확실히 디지털 미디어로는 언어를 가르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영상 콘텐츠는 활자처럼 복잡한 단어를 가르치기에는 부적절하죠. 뉴미디어로 톨스토이 문학의 복잡한 심리 묘사를 해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여전히 구미디어가 교육적으로 중요하게 될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언어 교육 또한 중요해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는 미래 세대에게 맞는 새로운 언어 문법 또한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에 맞는 언어는 역시 그 시대의 미디어로 가르칠 수 있겠죠.
원래 책은 ‘듣는’ 미디어였습니다. 책이 너무 비싸서, 선생님이 낭독해주는 내용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죠. 구텐베르크가 책을 대중화한 이후에야 모두가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미래에는 책은 ‘보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쯤 되면 이미 책은 책이라기보다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때쯤 되면 우리의 사고방식 또한 디지털 미디어에 맞게 바뀔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언어 교육과 그 한계에 관심을 가져봐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