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오전 9시 조계사 백주년기념관. 5세부터 7세까지의 동자승 10명이 한 줄로 서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공양(밥을 먹는 것)을 한 뒤 참배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동자승들은 지난달 30일 조계사의 단기출가 프로그램 '보리수 새싹학교'에 입학했다. 떠들고 장난치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지만, 수계식(부처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 지켜야 할 계율을 받는 의식)을 갖고 정식 법명(승려가 받는 두 글자 이름)까지 받은 어엿한 '스님'들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법명 받고 정식 승려로 대접
오전 9시 40분, 참배를 하기 위해 관음전에 도착한 스님들이 익숙하게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는다.
"관세음보살님은 어떤 분이죠?"
동자승 교육을 담당하는 지인 스님이 물었다.
"이해심과 자비심이 가득하고 우리를 사랑해주는 보살님이에요."
일곱 살 진형 스님이 손을 번쩍 들고 대답했다.
"진형 스님, 백점이에요! 반장을 하셔도 되겠어요(웃음)."(지인 스님)
동자승들은 기도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불상을 향해 삼배를 올렸다. 발원문을 암송한 뒤 "저도 관세음보살님을 닮아가겠습니다"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보리수 새싹학교에 참여한 동자승들은 부모의 동의를 받아 한 달간 절에 머무르며 정식 승려로 생활하게 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출가(세속을 버리고 수행의 길로 들어감)'를 했다는 의미에서 머리를 깎고, 승려가 입는 옷인 '가사'와 '장삼'을 입고 지낸다. 함께 생활하는 스님들은 동자승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로 이야기한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을 앞두고 마련하는 프로그램으로, 19년째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