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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스승의 날 폐지" 교사들이 분노한 이유는?

2018/05/14 18:42:23

◇ “학생대표만 꽃 줘라” 국민권익위원장 한마디에 교사들 분노
‘스승의 날 폐지 운동’의 촉발점은 지난달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의 발언이다. 박 위원장은 ‘스승의 날 카네이션 논란’에 대해 “(학생 대표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카네이션 선물은 한 송이라도 원칙적으로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며 “촌지(寸志)가 적으면 촌지가 아니고, 많으면 촌지인가. 촌지는 단돈 1000원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 관계자는 “권익위가 꽃 한 송이를 촌지로 규정하고 제한한 것은 교직의 성격을 무시한 몰지각하고 몰이해한 짓”이라며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한 상징적인 꽃 한 송이에 기계적인 원칙을 들이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도 “‘스승’을 촌지에 환장한 잠재적 범죄자로 묘사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승의 날 폐지를 촉구 글을 올린 한 현직교사는 “김영란법 이후 스승의 날만 되면 마치 교사가 잠재적 범죄자처럼 조명되는데 차라리 그 하루가 고통스럽지 않게 스승의 날을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또 다른 교사도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사 가운데 누가 그 꽃을 받고 싶다고 했나. 왜 교사의 자존감을 이렇게 짓밟는가”라고 적었다.

카네이션 논란이 커지자, 스승의 날에 아예 휴교하는 학교도 등장했다. 실제 올해 스승의 날 서울에서만 초등학교 3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3곳 등 총 8개 학교가 쉰다. 휴교하지 않는 학교 대부분도 “선물이나 카네이션을 받지 않겠다”는 가정통신문을 미리 전달했다. 불필요한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서울 영등포구 중학교 최모(42)교사는 “(박 위원장의 발언은) 교사를 촌지나 바라는 사람으로 묘사했다”며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교사들은 ‘촌지’를 바라고 교육하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단지 카네이션 때문만은 아니다. 교권(敎權)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스승의 날’이 무슨 소용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권모(58)교사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는“교권이 추락한 마당에 교사를 ‘스승’이라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형식적으로 하루 정도 ‘스승’으로 불리는 것이 오히려 더 자존심 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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