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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우울증 앓는 아동 3만 명 '훌쩍' 부모의 무관심·꾀병 치부 '마음의 병' 더 키운다

2018/05/08 15:38:36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죽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고통을 줄 테니까요. 저는 너무 힘든데 어른들은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해요. 기댈 곳이 없다는 게 가장 슬퍼요."

서울 A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김모 양은 지난해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로 깊은 우울감에 시달려왔다. 고민 끝에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해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어린 게 사랑을 아느냐"는 말뿐이었다. "존중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더 상처받았다"는 김 양은 그 뒤론 부모에게 속내를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 2017년 소아 우울증 진단을 받은 14세 이하 아동의 수는 3만2202명에 달했다.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소아 우울증을 앓는 초등생이 전체의 1~3%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붕년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소아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과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성인 우울증이 입에 자물쇠를 채우는 식으로 발현되는 것과 달리 소아 우울증은 극심한 짜증을 동반한다. 긍정적인 자극에 강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도 소아 우울증의 특징이다. 친구들과 놀이를 하거나 게임을 할 때, 혹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에는 일시적으로 활기를 되찾는다. 소아 우울증이 '꾀병' 취급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잘 노는데 무슨 우울증이냐'며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긍정적인 자극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이런 변화의 주기가 반복되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혼자 앓는 아이들… 그냥 두면 '큰 병'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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