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8 15:31:05
◇낯선 환경에서도 ‘적응력’으로 극복
그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으로 뽑은 성격은 ‘빠른 적응력’이다.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심리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윤씨는 일곱살 때 캐나다 토론토로 가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영어를 잘하지 못한 상태로 캐나다에 갔지만 되도록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상을 즐겼다. 영어 공부에 대한 압박도 느끼지 않으려 애썼다. 7년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놀았던 그는 한국에 돌아와 치열한 내신 경쟁 앞에서 적잖이 놀랐다. 그렇지만 한국에 돌아왔으면 현재의 일상에 적응해야 한다고 자신을 토닥였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상 앞에 앉아서 차근차근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기본에 충실하고자 다양한 책을 방대하게 읽었다. 특히 원서로 된 인문학 고전을 매일 읽었다.
용인외고 유학반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전국 대회에 출전했던 실력을 갖춘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으려 애썼다. 그들과 경쟁하면서 위축되기보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적응해보고자 노력했다. 무리하게 공부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하루에 정해진 3~4시간의 자습을 충실히 임했다. 부화뇌동하며 여러 대외활동을 하기보다는 평소에 관심이 많은 인권이나 환경문제에 관한 활동에 중점을 뒀다.
“하버드에 입학하고 나서, 입학사정관으로부터 제 합격파일을 건네받아 본 적이 있어요. 그 자료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죠. ‘해당 학생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 활동을 급조하기보다는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한 흔적이 보임’이라고요. 사실 저는 제 시험성적이 너무 뛰어나서 뽑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SAT 성적도 만점이 아니었고, 외부추천서도 받지 않고 오직 저를 오래 지켜본 학교 선생님의 추천서만 제출했죠. 이번 로스쿨 합격도 마찬가지예요. 그간 열정을 가지고 매일 열심히 살았을 뿐더러, 이를 에세이에 잘 반영한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한 번의 시험으로만 평가받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요.”
하버드에 입학해서도 그의 적응력은 빛을 발휘했다. 낯선 환경 속에서 적잖이 당황한 일이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상대방의 입장과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입학 후 한번은 시험 직전에, 친구가 ‘나 진짜 공부 많이 했어’라고 하는 거예요. 우리나라 같으면 공부를 많이 했어도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알리는 것을 꺼리잖아요. 특히 자랑하는 데는 더욱 소극적이죠. 그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으면 저렇게 말하나 싶어서 기가 많이 죽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현지 친구들은 모든 것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수업 때도 마찬가지죠. 정확히 잘 알지 못해도 의견을 말하는데 망설임이 없어요. 오히려 가만히 있는 사람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조금이라도 공부했으면, ‘공부 좀 했어’라고 밝히고 수업 때 손을 드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 애썼어요.”
어려움이 있을 때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교수님께 찾아가 상담 요청도 자주 했다. 그는 “미국 대학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얘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먼저 살펴주지 않는다”며 “특히 법학전공 흑인 여성인 다니엘 알렌 교수가 소수인종으로서 겪는 저의 고충에 대해 많이 위로해줘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씨는 하버드를 졸업하면 10월 석사과정에 입학할 때까지 소수인종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다. 2년간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나서는 예일대 로스쿨에서 국제적인 인권변호사가 되기 위해 수학할 계획이다.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일찍 사회에 나가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인 진로 계획은 좀 더 뒤로 미뤄두고 영국에서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