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얼굴과 친해지기 위해 매일 거울 봤어요"
"사고가 나고 한동안은 거울을 안 봤어요. 가족들이 제가 상처받을까봐 주변 거울을 모두 치웠죠. 화상으로 없어진 눈썹을 다시 그린 날, 처음으로 제 얼굴을 봤어요. 제 첫 마디는 '생각보다 괜찮네?'였어요. 가장 많이 다친 팔과 다리를 보고 얼굴은 더 심할 줄 알았거든요(웃음)."
최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3년, 가스 폭발 사고를 당해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어머니는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최씨도 사고 후 3개월간 생사를 오갔다.
"피부에 화독이 오를 대로 올라서 고름과 진물이 흘렀어요. 상처가 깊은 곳은 뼈가 보일 정도였죠. 게다가 성장기라서 뼈는 계속 자라는데 피부는 그대로니 자꾸만 몸이 동그랗게 말렸어요. 처음엔 걷지도 못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동그래진 저를 안고 다니셨어요. 말린 몸을 펴는 수술을 비롯해 피부 이식 수술까지, 40번이 넘는 수술을 받았어요."
화상의 흉터만큼이나 최씨를 고통스럽게 한 건 주변의 시선이었다. 신기한 듯 최씨를 쳐다보는 눈길이 상처로 꽂혀 한동안 문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줄까?' 그래서 나부터 나를 사랑해주기로 결심했어요. 우선 새로운 얼굴과 친해져야 했어요. 일부러 거울과 자주 마주하고 웃어도 보고, 찡그려보기도 했어요. 집에서만 만나던 친구들도 밖에서 만나기 시작했죠."
◇"친구들과 공부하고 수다 떠는 소원 이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