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화(41)씨는 다섯 살배기 쌍둥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유치원에 데려왔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박씨가 입을 뗐다. “겨울에서 추워서 이거(유모차 커버)를 못 뗐는데, 봄이 되니까 이제는 미세먼지 때문에 이러고 있네요. 아침에 유치원에 데려올지 고민했는데. 그래도 (유치원에) 공기청정기가 있어서 데려왔어요.” 유모차 커버 속에서 쌍둥이 눈만 빼꼼히 보였다. 둘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학교 보내는데 죄인 된 심정”...애끓는 학부모환경 당국은 “고농도 미세먼지(미세먼지 나쁨 이상)가 발생할 때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행동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이 행동요령이 학부모 애를 태운다. 학부모 김남희(37)씨는 “이런 날이면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안 한다지만 등·하굣길이 걱정이고, 수업시간 외에 전교생을 모두 실내에서 통제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처럼 미세먼지 주의보(미세먼지 2시간 이상 150㎍/㎥ 또는 초미세먼지 2시간 이상 90㎍/㎥)가 발령되면 영유아·학생·노인은 실외활동을 금지해야 한다. 대부분 초등학생들은 그래도 학교에 갔다.
만약 미세먼지 경보(미세먼지 2시간 이상 300㎍/㎥ 또는 초미세먼지 2시간 이상 180㎍/㎥)가 발령되면 환경부가 휴업을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강제성이 없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돼도, 교육감이나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나흘 째 ‘나쁨’을 기록하면서 일선 학교에는 “휴교 안 하느냐”는 학부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마음 급한 학부모들은 팔 걷고 나서기도 한다. 이들은 합심해서 교육부·환경부·보건복지부 등에 “미세먼지 농도 ‘나쁨’에는 휴교령을 내려 달라” “학교에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 1만여 건을 접수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목소리를 내는 통로가 되고 있다. ‘미세먼지의 위험, 중국에 대한 항의’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이날 오후 2시 현재 12만8000여명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