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주메뉴는 기장밥과 소고기고추장찌개, 새송이오징어조림, 베이컨감자채볶음입니다. 조리할 때 감자가 설익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오전 8시 30분 잠현초 급식실. 박영례(44) 영양교사의 지시가 끝나자 조리원 다섯 명의 손이 바빠졌다. 이 학교의 학생과 교직원은 모두 870여 명. 점심때인 오후 12시 전까지 인원수만큼 음식을 완성하려면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
"탁탁탁…." 칼로 야채를 다지고 채 써는 소리가 이어졌다. 지름 약 120㎝, 높이 70㎝ 크기의 대형 솥에서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육수가 보글보글 끓었다. 조리원들은 중간중간 박 교사가 나눠준 자료를 살폈다. 그 안에는 식단 재료별 총량, 요리 방법 등이 자세히 담겨 있었다. 박 교사는 "저학년과 고학년의 한 끼 권장 섭취 열량을 평균 낸 값인 584㎉에 가깝게 짠 식단"이라고 설명했다.
"매번 똑같은 음식만 나오면 지겨울 테니 한 달에 서너 번은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려고 노력해요. 새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는 요리 애플리케이션이나 책에서 얻어요. 맛집도 찾아다니고요. 예전에는 학생들에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답이 똑같더라고요. '라면'이래요(웃음)."
지금껏 내놓은 신메뉴는 다양하다. 닭 가슴살을 넣은 피자인 '꼬끄피자', 길거리 간식인 '회오리 감자' 등이다. 프랜차이즈 인기 메뉴인 비엘티(BLT) 샌드위치, 맥모닝, 치킨마요덮밥 등도 그대로 재현해 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맛만큼이나 영양도 신경 써야 할 요소. 박 교사는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할 수 있게 나물은 일주일에 3번, 과일은 4번 정도 급식에 포함한다.
"문제는 생선 요리예요. 단백질이 풍부한데 학생들이 잘 먹지 않으려 해요. 편식하는 아이들도 최대한 맛있게 생선을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해요. 칠리, 양념 치킨, 데리야키 소스를 묻히거나 고추장 양념을 바른 뒤 오븐에 구워 불 맛까지 더하는 식이죠."
◇식판 싹싹 비우고 '잘 먹었다' 할 때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