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결정문 등에 따르면 2006년 한국외대 용인캠퍼스(글로벌캠퍼스)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L 교수는 당시 파업 중이던 여직원의 가슴을 가리키며 성희롱했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그는 “피해자 주장처럼 성적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인권위가 당시 사건을 촬영한 동영상·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 L 교수가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 측은 이에 한국외대 총장에게 “L 교수에 경고 조치를 하고, 학내 성희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서 보고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외대는 권고와 정반대로 조치했다. 우선 L 교수의 성희롱 문제를 대자보 등으로 알린 재학생 조모(39)씨에게 ‘무기정학’ 징계를 내렸다.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또 성희롱 피해자(여직원)을 해직했다.
반면 인권위 조사로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L 교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징계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L 교수는 이후 학내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조씨는 “징계 무효소송을 통해 2008년 학교로 복귀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학교 측은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L 교수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고 말했다.
당시 L 교수를 징계하지 않은 배경, 성폭력 문제제기를 한 학생을 징계한 이유에 대해 한국외대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관련 문서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L 교수를 징계하지 않은 배경은 알 수가 없다”면서도 “2006년 성희롱 사건은 피해자가 학생이 아니라 여직원인 만큼 지금 미투 폭로와는 상황이 다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