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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장인을 만나다] ⑦ 3대째 가업 이은 재단사 이경주씨

2018/03/12 16:20:59

◇세상에 단 하나뿐인 양복… 똑같은 옷은 없다

"맞춤 양복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손님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양복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옷감 선택이나 재봉하는 일은 그다음이에요."

지난 9일 만난 이경주 대표의 말에는 그의 경영 철학이 한껏 묻어났다. 기성복이 넘쳐나는 시대에 '맞춤 양복'은 번거롭고 불편하다. 양복 한 벌을 맞추려면 치수를 재기 위해 한 번, 가봉한 옷을 입어보기 위해 또 한 번, 그리고 완성된 옷을 찾으러 최소 세 번이나 양복점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번거로움에도 맞춤 양복을 원하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에 가위를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장 한 벌을 만드는 데는 보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우선 손님의 신체 곳곳을 측정한 뒤 작업대에 깔린 재단지에 '옷본'을 그린다. 이 옷본을 손님이 고른 원단 위에 놓고 그대로 재단하고, 원단들을 가봉(임시로 바느질하는 작업)해 옷 형태를 갖춘다. 이후 손님이 다시 가게를 찾아 가봉한 옷을 입어보고, 치수와 스타일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손바느질로 원단을 한 땀 한 땀 꿰매는 본격적인 작업은 그 이후에 시작된다. 정장 옷 한 벌에는 약 3만 땀 정도 들어간다.

"간혹 입던 옷을 가져와서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하는 손님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불가능해요. 재봉된 옷을 아무리 측정해 만들어도 미세하게 차이가 나기 마련이거든요. 여러 벌 옷을 만들어간 단골도 매번 치수를 다시 재는 걸요."

그는 손님의 팔길이, 가슴둘레, 진동(어깨선에서 겨드랑이까지의 폭) 등 신체 20여 곳을 꼼꼼히 측정한다. 치수만이 아니다. 허리가 앞으로 굽었는지, 뒤에 젖혀졌는지, 어깨 각도는 어떤지까지 모두 기록한다. 그래야 손님 몸에 꼭 맞는 '맞춤 양복'이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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