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9 15:30:00
이처럼 ‘매체 언어’ 교육이 강조됐음에도 사범대학의 ‘매체’ 강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유에 대해 박 교수는 “교수 편의에 따른 교과목 개설 등 대학의 오래된 관행과 강의를 담당할 전공 교수의 부재라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외에도 지금껏 교육 당국이 실시하는 교원 양성 기관 평가 지표에서 ‘매체 언어’ 교육을 강조할 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관련 과목의 강의가 부족해 매체 언어교육을 담당할 교사 지망생들이 매체 언어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매체 언어 교육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국어교육의 방향도 ‘매체’ 교과 신설과 맞물려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매체 언어 교육 연구의 활성화 ▲교육과정 및 교과서 전문화 ▲다른 과목 및 학교 밖 교육 프로그램과의 연계성 강화 ▲매체언어 교육 전문 기구의 설치 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매체 문식성(文識性, literacy) 교육 관련 기관의 정비 및 통합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한국교육개발원 등이 미디어교육센터를 만들어 각종 교육연구를 시행하게 하는 등 허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범대학부터 ‘매체 언어’ 교육의 정체성부터 확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7 개정교육과정 때 매체 교육이 국어과 교과로 자리잡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매체’가 국어 영역에 정말 맞는지 의문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이관규 고려대 교수(국어교육과)는 “사범대학에서 매체 교육을 할 때부터 ”사회, 과학, 예술 등 범분야 속하는 ‘매체 언어’ 분야의 정체성을 타 과목과 확실히 따로 구분지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입학 전인 고등학교 때 부터 교과구성을 “▲말하기 ▲듣기 ▲읽기▲쓰기 ▲문법 등의 영역에 ‘매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과목 설정과 교과 배치를 해야 한다”며 “지금의 ‘언어(문법)와 매체’ 보다는 따로 독립된 영역으로 ‘매체’ 교과를 설정해야 ‘매체 언어’ 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최근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 범위 중 ‘언어와 매체’ 과목에서 “매체가 새로운 내용이라 학습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 때문에 ‘매체’를 뺐다. 앞서 수능출제범위 발표 직전 ‘매체를 넣느냐 마느냐’가 관건이었으나 결국 ‘매체 제외’로 결정이 났다. 관련 공청회에서 구본관 서울대 교수(국어교육과)는 “‘매체’의 경우 기존의 수능 국어영역에서 출제된 적이 거의 없고,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 역시 “매체분야를 출제할만한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고1이 이후 학년으로 진학하면 일반선택과목에 해당하는 ‘매체’ 교과를 새롭게 접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설과목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