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6 17:18:33
◇세계 첫 휴대폰은 2000만원짜리 '벽돌폰'
23일 찾은 폰박물관은 멀리서도 눈에 확 눈에 들어왔다. 애플사의 아이폰과 세계 최초의 MP3휴대폰(삼성 업로어 SPH-M100) 등이 1m를 훌쩍 넘기는 높이로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전시장은 역사관, 주제관, 가족관, 에필로그존으로 구성됐다. 이병철(69) 관장의 안내에 따라 통신기기의 발자취를 되짚는 역사관에서 본격적인 관람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눈여겨봐야 할 전시물은 뭐니 뭐니 해도 세계 최초의 핸드폰이다. 주인공은 1983년 출시된 미국 모토로라의 '다이나택 8000x'. 길이 30㎝, 무게는 약 800g으로 크고 묵직하다. 별명도 '벽돌'을 의미하는 브릭폰(Brick phone)이었다. 전파를 수신하는 안테나도 유독 길어서 얼핏 보면 무전기 같다. 이 관장은 "10시간 충전하면 30분밖에 통화할 수 없었지만 가격은 상당했다"면서 "지금 돈으로 따지면 2000만원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1988년 들어온 휴대폰 옆에는 허가증이 놓여 있었다. 휴대폰을 쓰려면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했음을 나타내는 증표다. 간첩의 휴대전화 사용을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였다.
'우리 손으로 만든 첫 휴대폰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은 이어지는 전시물에서 풀 수 있다. 일급비밀이었던 휴대폰 제작 기술을 파헤치기 위해 1980년대 우리나라 기술진은 모토로라 휴대폰 10대를 사왔다. 제품 하나하나 뜯어보며 내부를 관찰해 제작법을 깨우쳤다. 그 결과 탄생한 삼성의 SH-100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증정됐다. 실물과 함께 전시한 흑백의 제품 광고 포스터는 그때의 상황을 실감 나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