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촌이 대단하다며 엄지를 척 들었다. 그러고는 책을 훑어보았다.
"땅속에서 올라온 두더지가 사과에 구멍을 뚫었네. 마지막 장면은 마치 동물들이 블랙홀 안에 있는 것 같다."
마지막 그림은 이랬다. 동물들이 사과의 위아래와 뼈대만 남겨 놓고 깨끗이 먹어치운 다음 그 안에 들어가 비를 피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어떻게 블랙홀이야?"
"잘 봐. 사과 위, 넓게 남은 부분이 블랙홀 입구야. 그 속으로 동물들이 쏙 빨려 들어갔다고 상상해 봐. 사과 아래쪽은 화이트홀이고."
나도 블랙홀은 알고 있다. 그런데 화이트홀은 뭐지?
"입구가 있다면 출구가 있어야지? 블랙홀이 들어가는 곳이라면 화이트홀은 나오는 곳이야. 그리고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한 통로를 '웜홀'이라고 해"
그림책을 보고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떠올리다니. 새삼 삼촌이 멋지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