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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장인을 만나다] ⑥ 예술제본가 이보영씨

2018/02/13 10:09:40

◇낡은 책 해체·복원하는 예술제본

지난 9일 창경궁 인근 공방에서 이보영씨를 만났다.

"예술제본은 책을 단단하게 엮고 아름답게 꾸미는 작업이에요. 의뢰인을 위한 특별한 책을 만들기도 하지만, 제 경우엔 주로 낡은 책을 보수하는 일을 많이 해요. 가장 중요한 점은 책을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드는 거예요. 마치 건물을 짓는 것처럼요."

그는 예술제본을 건축에 비유했다. 책 복원 작업은 해체와 재조립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위해 예술제본가는 책 구조와 재료들의 특성을 꿰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본 방식은 종이의 질과 커버 재료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수명이 긴 하드커버 도서의 경우 종이를 8장씩 재봉틀로 꿰매고 이 덩어리들을 프레스로 눌러 압축한 뒤 다시 꿰매기 작업을해요. 또 다른 방법은 책등 부분에 실톱으로 여러 개의 길을 내고, 그 사이에 아마실을 넣어 고정하죠. 책의 무게를 버티려면 이렇게 여러 번 엮어야 해요."

이보영씨는 국내 예술제본가 1세대다. 유럽에서 시작된 예술제본 기술을 국내로 들여왔다. 작업에 필요한 도구나 재료도 대부분 해외에서 공수해온다. 그는 "생소한 분야인 만큼 국내에서는 도구를 구할 수 없다"면서 "200여 개에 이르는 작업 도구도 수년에 걸쳐 하나둘씩 갖춰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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