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여 년 된 우표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우표박물관은 2008년 서울중앙우체국 건물 지하 2층에 마련됐다. 총 면적은 540㎡(약 163평)로 넓지는 않지만 역사, 체험, 정보마당 등으로 알차게 꾸며졌다. 김현옥 우표박물관 담당자는 "방학 때는 하루에 3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라고 했다.
박물관은 입구부터 '우표 집합소' 면모를 물씬 풍긴다. 입구의 유리문을 우표 테두리처럼 물결무늬로 장식해 놓았다. 문을 열고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170여 년 전으로 '과거 여행'을 떠난다.
때는 1840년 5월 6일.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우표가 탄생한다. 흑백 처리된 1페니짜리 '페니 블랙' 우표다. 그로부터 이틀 후에는 2펜스에 팔던 청색 우표 '펜스 블루'가 세상에 나왔는데, 전시장에서는 두 종의 우표가 나란히 놓였다. 둘 다 당시 영국 여왕이었던 빅토리아(1819~1901)의 초상을 담고 있다.
우표가 만들어진 배경은 뭘까. 이전에 유럽에서는 우편물을 받는 사람이 배달료를 부담했다. 그러다 보니 편지 전달 과정에서 탈이 많았다. 받는 사람이 요금을 내지 않겠다며 편지를 거부하기도 했고, 집배원에게 돈이 없으니 나중에 다시 와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우편 요금을 이미 냈다'는 증표인 우표였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우표와 우편 제도의 발자취를 살폈다. 1884년 등장한 국내 첫 우표인 '문위 우표'는 실물로 전시됐다. 집배원 복장의 변천사를 앙증맞은 클레이로 재현한 것도 볼거리다. 두루마기 차림인 1800년대 체전부(우편집배원의 옛 명칭)부터 광복 이후 검은 정복에 우편의 '우'자가 새겨진 모자를 착용한 집배원 등 시대별로 그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와 세계의 우체통을 축소해 선보이는 코너도 재밌다.
◇친구들과 게임하며 우표 속 지식 접해
우표에 담긴 그림을 테마별로 소개하는 체험 코너도 흥미롭다. 세계문화유산, 공룡, 노벨상 수상자, 국내외 위인 등 우표에 새겨진 다양한 정보가 쏟아진다. '세계로 열린 창' 코너에 가면 여러 나라 국기를 그린 판을 나열해 놨다. 하나씩 뒤집어 보면서 각국에서 발행된 우표를 감상할 수 있다. 해당 나라의 역사와 사회, 문화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와 스핑크스, 프랑스는 자국 유명 화가인 클로드 모네와 에드가 드가의 작품 등을 우표에 넣었다.
전시장 중간중간 마련된 '게임'은 어린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터치! 터치! 우표 퀴즈' '올록볼록 엠보싱 엽서 만들기' '우표 색칠하기' '캐릭터 우표 퍼즐 맞추기' 등이다. 이 중 '터치! 터치! 우표 퀴즈' 기계에서는 최대 세 명까지 'OX 퀴즈' 대결을 펼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기념우표는 고종 황제 즉위 40주년 기념우표다'를 포함해 흥미진진한 문제들이 가득하다.
전시장 맨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면 '느린 우체통'이 관람객을 반긴다. 편지를 달별로 거둬 보관했다가 6개월 또는 1년 후에 배달해주는 우체통이다. 단돈 330원만 내면 편지지와 우표를 붙인 편지봉투를 세트로 받을 수 있다. 원하는 사진을 우표 형태로 인쇄해주는 '나만의 우표 만들기'는 또 다른 즐길 거리. 관람객들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우표를 품에 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