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콘크리트 발라 망가트린 국보, 100년 만에 제 모습 찾아
"공정률은 99.99%입니다. 지난해 11월 조립을 마쳤어요. 이후 약해진 기존 부재(部材·건물을 이루는 재료)를 특수 약품으로 강화·발수 처리하고, 조치한 부분의 색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색 맞춤'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달 말이면 모든 작업이 끝납니다."
지난 2000년 미륵사지석탑 해체·보수팀에 막내로 들어와 지금은 팀장으로 작업을 이끄는 김현용(42)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가 거대한 덧집(문화재 보호를 위해 임시로 지은 건물)으로 둘러싸인 미륵사지석탑을 가리키며 말했다.
높이 14.2m에 무게 약 2000t에 달하는 미륵사지석탑은 웅장했다. 대부분 무너져 내렸던 기단(빗물이 내부로 차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터 위에 먼저 쌓은 단)은 다시 일어서 탑을 떠받치고 있었고, 파손됐던 1~2층 탑신(탑의 몸통 부분)도 복구돼 부드러운 곡선의 미를 뽐냈다.
미륵사지석탑은 지난 639년 첫 번째 심주석(탑의 중심축이 되는 돌)을 놓은 뒤로 1400여 년 가까이 이곳에 서 있었다. 하지만 부서지고 깎이길 반복하면서 점차 원래의 모습을 잃어갔다. 보다 못한 17~18세기 조선인들이 석탑 주변에 축대를 쌓아 붕괴를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00년대 초 조선총독부가 펴낸 '조선고적도보'에는 1910년 당시 원형을 유추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미륵사지석탑의 모습이 남아 있다.
"일제는 1915년 미륵사지석탑 서쪽 면에 콘크리트를 덧바르는 공사를 해요. 우선 무너지지 않게 조치한 것이지만, 장인의 땀이 밴 석탑에 콘크리트를 마구 부었으니 흉물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이걸 복구하는 데 100년이 넘게 걸렸네요. 이제라도 우리 손으로 석탑을 되돌려 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