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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벽·최성애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정서적 금수저’ 필요”

2018/01/22 16:33:29

◇‘육아 외주’와 ‘독친’, 정서적 흙수저 길러내

요즘 온라인상에는 ‘헬육아’라는 단어가 수없이 오르내린다. 우리나라에서 자녀 양육이 ‘지옥’과도 같이 고통스럽다는 뜻을 담은 신조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두 사람은 오랫동안 깊이 고민해 왔다. 최 소장은 “요즘 어딜 가나 아이 돌보고 교육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힘들어진 이유는 애착 형성이 그만큼 잘 안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소장은 “애착 손상은 아동학대처럼 노골적인 학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양육자로부터 지속적으로 돌봄, 양육, 지지 등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아이들 또한 큰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과 조 소장은 육아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애착을 형성하거나 관계 맺는 것을 두고 ‘뿌리를 내린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요즘 부모와 자녀 간에는 뿌리가 잘 내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조 소장은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꼭 필요한 기본적 부모 역할을 어린이집, 도우미, 학교, 학원, 스마트폰 등에 맡긴 탓”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가리켜 ‘양육 외주’라고 했다. 조 소장은 “양육자가 교체될 때마다 뿌리가 심기고 뽑히기를 반복하면서 아이는 뿌리가 얕은 나무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나무는 스트레스라는 바람이 불면 쓰러진다”고 말했다.

이와 정반대의 상황도 있다. 부모가 지나치게 자녀에게 집착하고 통제하려는 경우다. 이런 부모를 가리키는 ‘독친(毒親·자녀에게 독이 되는 부모라는 뜻)’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이 같은 ‘독친’에 길든 자녀는 어떤 점에서 애착 손상을 입을까. 최 소장은 “이런 부모는 자신의 열등감이나 성공 혹은 실패의 인생 대본을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며 “결국 아이에게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고 강요하면서 자녀의 정서와 자아 발달에 상처를 준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이미 ‘정서적 금수저’ 길러내고 있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이 같은 애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인지적 능력’과 ‘정서적 능력’을 고루 갖춰 타인과 협력하며 ‘집단지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지적 역량에 집중하는 한국 사회와 달리 선진국은 이미 ‘정서적 역량’을 높이는 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조 소장은 “미국 하버드대 입학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우리는 이런 학생들을 찾는다’라며 세 가지 조건을 명시했다”며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다른 사람들이 당신과 함께 밥을 먹고 프로젝트 하기를 원하는가’ ‘어딘가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왔는가’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슬픔, 외로움, 무기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 만들어진 스트레스에 갇힌 상황은 ‘정서적 흙수저’의 모습이에요. 첫째 조건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술이나 쇼핑 등에 의존해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자기조율능력’을 보겠다는 뜻이죠. 둘째 조건에서 하버드대가 평가하려는 것은 ‘관계조율능력’입니다. 애착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파묻혀 사람을 잘 믿지 않고 대인관계를 조율하는 일 자체를 어려워해요. 셋째 조건은 ‘공익조율능력’을 보는 겁니다. 정서적 허기로 인해 오로지 자기 생각에만 쏠려 있는 이들을 경계하겠다는 뜻이에요. 달리 말하면 한 마디로 이 세 가지를 능력을 모두 갖춘 ‘정서적 금수저’를 선발하겠다는 것이죠.”

최 소장과 조 소장은 이처럼 해외에서 많은 정서적 금수저들이 집단지능을 발휘하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사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애착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아직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여긴다. 조 소장은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인지적 역량에 많은 투자를 했고 그로 인해 성공했다”며 “이제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만큼 한국 사회가 이전처럼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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