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이 시작됐다. 인형을 수술 테이블에 눕힌 뒤 옆구리 봉제선에 칼을 갖다 댔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솜이 몸통에서 쏟아져 나왔다. 깨끗한 솜을 인형에 가득 채워 넣고 노련한 바느질 솜씨로 단숨에 봉합까지 마쳤다. 털이 빠진 곳은 원래 털 색과 가장 비슷한 천을 골라 덧댔다. 상처투성이였던 코에도 비슷한 재질의 까만 천을 덧씌워 꿰맸다.
한 시간 남짓 이뤄진 수술 끝에 강아지 인형은 원래의 모습을 거의 되찾았다. 인형을 받아든 소녀는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낡고 더러워진 '생이(강아지 인형)'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는데,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피부과·안과·성형외과… 인형 상태에 따라 맞춤 수술오래돼 헤지고 찢어진 봉제 인형만을 전문으로 수선하는 '인형 병원'이 성업 중이다. 의뢰인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예닐곱살 유치원생부터 50대 중년층까지 각자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을 품고 인형 병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병원에서도 입원 수속을 마친 수십개의 인형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 귀가 뜯어진 토끼인형, 눈알이 없는 강아지 인형, 몸 한쪽이 까맣게 타버린 개구리 인형 등 길에 내놔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것처럼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인형마다 증상도 다양하다. 솜을 갈거나 찢어진 부분을 꿰매는 간단한 수술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대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병원에는 각기 다른 분야의 전공의 다섯 명이 대기 중이다. 오래된 털을 새것처럼 만들어주는 '피부과' 의사, 떨어진 팔·다리 등을 만들어 붙이는 '정형외과' 의사, 안면 윤곽 등을 담당하는 '성형외과' 의사, 뜯어진 눈알만 전문으로 수선하는 '안과' 의사 등이다.
복제 인형을 만들어내는 '복제 전문' 의사도 있다. 이 병원을 운영하는 김갑연(57·토이 테일즈 대표)씨는 "어릴 적 갖고 놀던 인형의 사진 한 장만 들고 와서 똑같은 걸 만들어 달라고 하는 분도 있다"면서 "생명윤리법 때문에 복제인간을 만들 수 없지만 '복제 인형'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