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2 13:15:56
강의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새로운 교육기관을 만드는 경우도 늘어난다. 세바스천 스런(Sebastian Thrun)은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 공학 교수였다. 2010년에 그는 인공지능 수업을 녹화해 스탠포드는 물론 전 세계 누구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수업이 끝날 때 학생 수는 15만 명이 넘었다. 이에 고무된 스런은 스탠포드를 나와 교육 콘텐츠 업체 Udacity를 설립했다. 현재 미국에는 그 외에도 칸 아카데미, 코세라, 에드엑스 등 교육 업체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고등 교육은 이번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강연만이라면 사실 TV로도 이미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TV는 유의미하게 고등교육기관을 바꾸지 못했다.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강의가 전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선 관계가 있다. 교수 및 주변 교우와의 관계 또한 대학을 가는 중요한 이유다. 좋은 대학일수록 더 나은 인재와 교직원이 있을 거란 믿음이 있기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더 중요한 건 ‘구별 짓기’다. 하버드 경영학과 교수 ‘바라트 아난드’는 저서 ‘콘텐츠의 미래’에서 명문대의 진정한 가치는 명문대에서 배운 교육이 아닌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쓴 노력과 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강의를 무료로 전달한 라디오가 대학 교육에 균열을 내지 못한 이유다. 물론 인터넷은 ‘과제 채점’이 쌍방향으로 가능하기에 수료를 어렵게 해서 어느 정도 신뢰를 만들 수 있지만, 아무래도 기존 대학만큼의 구별 짓기는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은 어쩌면 고등 교육에게 위기만이 아닌 기회일 수 있다. 산업 변화가 빨라진다. 직업 변화도 마찬가지로 빨라진다. 과거에 산업이 안정되었을 때는 직업 교육으로 실용적인 기능만 배워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었다. IT 기술과 데이터가 모든 산업을 빠르게 잡아먹고 있는 현재는 다르다. 수학, 영어로 대표되는 ‘기본기’, 그리고 ‘고등교육’을 받아야 빠른 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교육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 창업자는 대부분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아직은 혁신을 이끄는 사람들은 고등교육에 수혜자인 셈이다. 실제로 직업교육 중심으로 제도를 설비했던 독일, 스위스 등의 국가들도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점차 고등교육 비중을 다시 늘리고 있다.
위기는 기회다. IT 기술은 대학 교육이란 대체 무엇인지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학은 연구 기관인가? 교육 기관인가? 아니면 사교 클럽인가? 그도 아니면 그저 사람을 구별 짓게 만드는 트로피인가? 이에 대해 대학이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대학 교육의 미래 또한 바뀔 테다. 1920년대부터 있었던 대학을 변화시키는 에듀테크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 볼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