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늑대의 후손 개, 인간과 3만년 우정
인간과 개는 언제부터 같이 살았을까? 우리는 따로 셈을 하지 않지만, 인간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략 3만년 가까이 됐다고 해. 지구 상의 수많은 동물 가운데 인간과 가장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온 셈이지.
선사시대의 벽화 속에도 우리 조상이 나온대. 지금은 애완, 수색, 구조, 해충탐색, 맹인안내, 전투 등 다양한 역할을 하지만 당시에는 사냥개 역할만 했다고 해. 어쩜 그리 용감하냐고? 개는 늑대의 후손으로 알려졌어. 개와 늑대의 유전자(DNA)를 비교하면 99%가 일치하는데, 아마 늑대의 기질이 남아있는 거 같아. 비교적 온순한 늑대가 인간과 함께 살면서 지금의 개로 변했다는 거지.
그런데 말이야, 인간들은 개를 ‘견공’으로 부르면서 대접해주다가도 가끔 ‘개보다 못하다’는 말을 쓰면서 우리를 낮게 보더라고. 친한 사이일수록 서로 존중해야지, 안 그래?
# 귀신 쫓는 천구, 주인 구한 오수개… 설화 속 개
개는 인간과의 오랜 우정만큼이나 설화 속에도 자주 등장해. 옛사람들은 개가 나쁜 기운을 막고, 저승길 안내를 하는 길잡이라고 생각했어. 새해가 되면 부적으로 개 그림을 그려 곳간 문에 붙였지.
혹시 ‘천구(天狗)’라고 들어봤어? 천구는 귀신을 쫓는 하늘 개야. 눈이 세 개나 있어서 ‘삼목구(三目狗)’라고도 불려. 목에 걸린 검은 방울 소리를 들으면 귀신들이 멀리 도망간대. 개는 인간보다 4배 먼 거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후각은 최소 100배 예민하지. 옛사람들도 그걸 알았는지 우리를 귀신의 소리나 움직임을 볼 수 있다고 믿었어.
고려시대 시화집인 ‘파한집’에는 잠든 주인을 구하기 위해 온몸에 물을 적셔 뛰어들었다는 ‘오수개’ 이야기가 전해져. 또 억울하게 죽은 주인의 원수를 갚는 등 개는 항상 인간에게 충성하는 모습으로 등장해.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인간은 개를 버려도 개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