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7 14:31:34
'흡연 예방'을 주제로 꾸민 청소년 뮤지컬 '시크릿트'(극단 디아코노스)의 마지막 장면. 무대 위 남자 주인공 '찬열'이 여자 주인공 '장미'에게 이별을 고하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자 주인공은 중독성 강한 담배를 의인화한 캐릭터. 90분간의 공연을 숨죽여 지켜본 관객들은 담배의 유혹을 이겨내고 마침내 금연을 선언한 주인공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소년조선일보가 주최하는 공연 예술 교육 프로그램 '찾아가는 문화스쿨'이 지난 20일 경기 광주 곤지암고등학교를 찾았다. 350여 명의 학생과 배우들이 하나 돼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학교, 공연장이 되다!… '찾아가는 문화스쿨'
이날 오후 2시 곤지암고 강당은 이곳을 꽉 메운 학생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거렸다.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은 학생들의 얼굴에서 곧 시작될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뮤지컬 마니아'를 자처한 석정환(1학년) 군은 "매번 서울에 나가 뮤지컬을 보곤 했는데, 학교에서 편하게 만나볼 수 있어 기쁘다"면서 "흡연 예방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윽고 배우들이 하나둘씩 무대에 오르자 시끌시끌했던 강당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동시에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 밴드 '장미 한 다발'에서 활동하는 중·고등학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현란한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학교 강당이 어느새 완벽한 공연장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이날은 지난 7월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돌며 학교 폭력 예방을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여 온 '찾아가는 문화스쿨'이 처음으로 '흡연 예방 뮤지컬'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곤지암고등학교가 첫 공연 장소로 낙점된 것은 이경희 2학년 부장교사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이 교사에 따르면 전교생이 660명인 곤지암고등학교는 흡연율이 50%에 달한다. 3년째 흡연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관련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 교사는 인터넷을 통해 '시크릿트' 초연 소식을 접하고 무릎을 쳤다.
"학생들이 너무 쉽게 담배를 피우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교육이나 처벌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더라고요. 이런 문화 공연을 통한 자기 학습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학생들이 재미있는 공연을 보면서 흡연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길 바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