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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활동… 기자가 직접 해봤습니다

2017/12/25 15:47:33

이날 봉사 장소는 서울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명동예술극장 앞 사거리. 예정된 봉사 시간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였다. 본격적인 모금 활동에 나서기 전, 구세군의 상징인 빨간색 점퍼를 입고 장갑과 목도리로 몸을 꽁꽁 싸맸다. 파스형 핫팩도 배에 척 붙였다. 매서운 찬바람을 견디며 네 시간 동안 내리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12시부터 이곳에서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던 변종혁(36) 구세군 사관 학생과 만났다. "날씨가 추워서 걱정"이라고 말을 건네자, "오늘 낮 기온이 영상 3도 정도인데, 이 정도면 추운 것도 아니다"라며 씩 웃었다. 활동 방법과 주의사항도 일러줬다.

"주변 상인과 지나가는 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모금 구호를 외칩니다. '추운 겨울이 더욱 힘든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등 구호는 네다섯 가지 정도 되는데요.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라는 표현은 쓰지 않아요. '불우'라는 말의 영어 어원에 '신도 외면했다'는 뜻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죠."

그가 알려준 구호를 재빨리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이어 마이크와 종을 받았다. 맑은소리를 내는 작은 종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변 사관 학생은 "구세군이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 거리에 있는 사람도 알 수 있도록 쉴 새 없이 종을 울려야 한다"면서 "온종일 종을 흔들고 나면 손목이 욱신거린다"고 했다.

빨간 냄비 앞에 섰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물쭈물 대는 사이 사람들이 무심히 스쳐 지나갔다. 어렵사리 용기를 내 구호를 읊었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구세군 자선냄비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자리에서 여러분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위에 떠는 봉사자에게 다가온 따스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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