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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인명 구조견 구조대원 30명 몫을 해내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는 인명 구조견을 양성해 전국 소방 본부에 배치하고, 인명 구조견의 각종 훈련을 진행하는 정부 기관이다. 2011년 남양주에 설립됐으며, 2014년 청사를 대구로 옮기면서 체계적인 시설을 갖춰 '국가인명구조견센터'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 재난훈련장까지 만들었다.
가장 먼저 센터 건물 안에 있는 견사를 둘러봤다. "왈왈왈." 들어가자마자 사방에서 훈련견과 인명 구조견들이 무섭게 짖어댔다. 동행한 최권중(57) 인명구조견센터장이 "놀라지 마라"며 안심시켰다.
"개들에게는 낯선 여러분이 실종자인 거예요. 실종자 발견 즉시 20번 이상 짖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에 본분에 충실한 거죠(웃음). 절대 물거나 공격하지 않아요. 현재 이곳에서는 훈련견 9마리와 인명 구조견 4마리를 관리하고 있어요. 이달 안에 훈련견 8마리를 더 들여올 계획이에요. 보통 훈련견은 약 2년간의 훈련을 거쳐 인명 구조견 공인 인증 평가를 받는데요. 합격률은 평균 75% 정도예요."
최 센터장에 따르면 개는 사람보다 후각이 1만배, 청각이 40~50배 발달해 재난 현장에서 활용 가치가 매우 크다. 이를 활용해 사람보다 더 빨리 실종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명 구조견으로 키워지는 훈련견은 사람과 친화력이 좋고, 대담하며, 체력이 뛰어나고,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개로 선발한다. 대부분 독일산 저먼 셰퍼드, 래브라도레트리버, 벨지안 마리노이즈 등 중대형 품종이다.
"덩치가 작은 개들은 높은 산을 오르내리거나 수풀 등을 헤쳐나갈 때 쉽게 지치거든요. 잘 키운 인명 구조견 한 마리는 구조대원 30명의 역할을 혼자 해냅니다. 올해만 608번(12월 1일 기준) 출동해 생존자 19명 등 총 28명을 발견했어요. 아주 '명탐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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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구조견, 보다 다양한 재난 현장에 투입된다
센터 주변으로는 종합전술훈련장과 재난훈련장, 산악훈련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종합전술훈련장에서는 복종과 장애물 훈련이 이뤄진다. '앉아' '기다려' 등 핸들러(handler·개를 훈련하고 다루는 사람)의 명령에 따르게 하는 게 복종 훈련. 잘 들으면 장난감이나 치즈와 같은 보상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길들인다. 장애물 훈련에서는 터널이나 허들, 구름다리 등을 통과한다.
이날 소방청 최초의 여성 핸들러 이진희(33) 소방장이 인명 구조견 소백(2013년생·암컷)이와 장애물 훈련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올라! 뛰어!" 이 소방장의 목소리에 따라 소백이가 민첩하게 반응했다. 높은 A자 판벽을 순식간에 오르고, 허들을 훌쩍 뛰어넘었다. 소방장이 장난감 공을 던져주자 소백이가 신이 나서 꼬리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