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학교 앞에서 고깃집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여기가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라 출퇴근 시간에 아주 혼잡해요.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스쿨존’이란 개념도 없었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신호등 하나도 없었어요. 어느 날은 아침에 봉명초 학생 한 명이 빠른 속도로 달리던 차에 치이는 사고가 일어났어요. 아이가 차 밑에 깔려 크게 다치는 걸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달랑 목장갑 하나만 끼고 거리로 나왔다. 각자 갈 길만 재촉하는 차량 행렬을 향해 손짓 발짓을 써가며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경찰도 아닌데 왜 이래라저래라 하냐”며 멱살을 잡는 운전자도 있었다. 욕을 실컷 듣고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사거리로 나왔다. 노하우가 점차 쌓여갔고 동네 주민들도 그의 선행을 이해하며 통제에 따르기 시작했다.
15년 전부터는 학생들에게 작은 웃음을 주고자 12월 한 달간 산타 복장을 하고 교통정리를 한다. 그래서인지 봉명초 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아침 산타’로 통한다. 김정연(봉명초 6) 양은 “처음 학교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6년 동안 아침마다 아저씨를 만나고 있다”면서 “매일 학교 앞을 지켜주는 아저씨 덕분에 안전하게 등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