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고창군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동리문화사업회가 주관하는 왕중왕 대회는 '판소리 꿈나무 등용문'이라 일컬어진다. 전국 대회 입상자들이 참가해 최고 실력자를 가리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심청가'를 부른 서연이가 대상을 차지했다.
"꼭 한번 서고 싶은 무대였어요. 선생님(조소녀 명창)이 아프셔서 두 달 동안 혼자 연습하고 나간 거라 수상은 기대 안 했어요. 쟁쟁한 친구들이 많기도 했고요. 마음을 비웠는데 덜컥 상을 받았네요."
지난달 30일 오후, 전주 자택에서 마주한 서연이가 수줍어하며 말했다. 서연이 뒤로 놓인 판소리 책과 작은 북, 고법(북을 치는 방법)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판소리 책은 손때가 잔뜩 묻어 있었다. 펴 보니 너덜너덜했다. 테이프로 붙인 흔적도 보였다.
어머니 이지양(39)씨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판소리 책을 넘어다니면 큰일 나요. 얼마 전에 이종사촌 동생이 놀러 와서 저 책 위를 뛰어다니다가 서연이한테 크게 혼났어요.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몰라요."
서연이의 '판소리 사랑'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됐다. 그해 겨울방학,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 서연이의 목청과 음색을 눈여겨본 외할머니가 조소녀 명창의 소리 교실에 데려갔다. "그날 민요 '눈타령'을 들었는데요. 하늘에서 새하얀 눈이 폴폴 내리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어요. 처음 들었는데 마음에 쏙 들었어요."
다섯 살 때부터 배운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뒷전으로 밀렸다. 일주일에 두 번 명창의 가르침을 받고, 매일 혼자 집에서 판소리 연습에 몰두했다. 아파트에 살고 있어 낮에만 큰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무섭게 집중했다. 연습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이모가 집 근처 상가에서 운영하는 바이올린 학원을 찾아 노래했다.
"방학이 되면 '산 공부'라는 걸 해요. 산 앞에서 보름 동안 합숙하면서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소리만 하는 거죠. 같이 소리하는 언니들은 산 공부가 힘들다던데 저는 즐겁기만 해요. 눈치 안 보고 종일 연습할 수 있잖아요."
◇"소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기억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