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1 11:00:00
“어느 날 아이에게 제가 느낀 감정을 참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놨어요. ‘너의 이런 말에 엄마는 상처를 받았다’고 차분히 얘기했더니, 금세 아이의 입에서 ‘미안해’란 말이 나오더군요. 순간, 아차 싶었어요. 이렇게 잘 타일러 말하면 알아듣는 아이를 제 감정에 휘둘려 화부터 내려 한 사실에 정말 미안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딸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보다 남을 더 배려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며 인생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게 된 것. 스무 살 성인이 된 지금은 사춘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제 갱년기에 접어든 엄마에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다독여줄 만큼 성숙해졌다. 그는 “얼마 전까지 사춘기를 앓으며 힘들어하던 딸이 이처럼 엄마를 따뜻하게 위로해준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지금도 심경에 변화가 있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혼자 끙끙 앓거나 숨기지 않고 항상 최우선으로 엄마를 찾는다”고 전했다.
이후 이씨는 자신처럼 사춘기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를 돕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 4년간 청소년 대상 진로·리더십 캠프에서 만난 5000여 명의 10대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사춘기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 것. 최근엔 이 같은 연구 내용을 정리한 ‘지금 내 아이 사춘기 처방전’(한빛라이프) 책을 펴냈다.
“수년간 다양한 10대 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아이일수록 그 원인엔 반드시 ‘부모’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이상해졌다고 느껴질 땐 아이 탓을 하기에 앞서 부모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세요. 웃는 얼굴로 대하기만 해도 아이들은 금세 좋아집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에요. 노력해도 아이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며칠 하다 그만둔 경우를 수없이 봤습니다. 한두 번에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덧붙여 그는 사춘기는 인간의 성장에서 겪는 당연한 과정일 뿐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책을 쓰는 내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지침이 아닌 ‘공감과 위로’란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이도 사춘기가 처음이지만 부모도 사춘기를 겪는 아이와 함께하는 건 처음이니까요. 아이의 사춘기를 너무 걱정하기보다는 누구나 겪는 성장 과정으로 생각하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아이를 지켜봐 주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