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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인터뷰] 국내 1호 흑인 혼혈 모델 한현민

2017/11/29 09:41:18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내가 데이비드 베컴 아들이랑 같은 명단에 오를 정도로 정말 영향력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도 요즘에는 거리에 나가면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꽤 많아졌어요. 그럴 때면 인기를 조금 실감하기도 해요(웃음)."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현민 군이 말했다. 그는 데뷔 1년 반 만인 지난 9월 서울패션위크에서 20여 개 브랜드의 모델로 무대에 설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실력파' 모델.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과 화보 촬영 일정을 소화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현민 군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또래 친구들과 다른 점이라면 유달리 큰 키와 까만 피부뿐이었다.

"아빠는 나이지리아인이고 엄마는 한국인이에요. 서울 이태원에서 태어났어요. 모델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행기 타고 해외 한 번 나가본 적 없었어요. 뼛속까지 토종 한국인인 셈이죠(웃음)."

한국에서 나고 자란 현민 군의 어릴 적 꿈은 야구선수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미 170㎝를 넘을 정도로 탁월한 신체 조건을 타고난 그는 활동하던 야구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야구를 하려니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5남매 중 장남인 현민 군은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을 생각해 스스로 야구 선수의 꿈을 접었다.

"야구를 포기하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뭘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가장 먼저 옷이 떠올랐죠. 옷을 원하는 스타일로 리폼해서 입을 정도로 멋 부리는 데 관심이 많았거든요. 돈이 없어서 옷을 마음껏 사지 못하는 게 슬펐죠(웃음). 그런데 모델은 멋진 옷을 많이 입을 수 있잖아요? 마침 제가 키도 크고 하니까 '이거다!' 싶었죠."

현민 군은 유명 모델들의 패션쇼 영상을 돌려 보며 혼자서 워킹 연습을 했다. 좋아하는 순댓국은 한 달에 딱 한 번만 먹어가며 몸매 관리를 했다. 쇼핑몰 피팅 모델로 활동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중 현 소속사인 SF엔터테인먼트의 윤범 대표가 현민 군의 SNS 사진을 보고 연락을 해왔다.

"대표님을 이태원에서 처음 만났는데 저를 보시자마자 바로 계약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저를 꼭 패션쇼 무대에 세워주겠다고 약속까지 하셨죠. 그리고 딱 2주 뒤에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한상혁 디자이너 쇼' 오프닝 모델로 데뷔했어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저만 바라보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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