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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지고 e스포츠 떴다… 게임 중계 부스 '인산인해'

2017/11/20 09:48:47

◇'보는 재미' 가득한 e스포츠, 게임 트렌드 중심으로 '우뚝'

올해 지스타는 풍경부터 예년과 달랐다. 부스마다 대형 스크린과 무대가 설치됐고, 이를 비추는 중계 카메라와 지미집도 눈에 띄었다. 지미집은 크레인에 카메라를 설치해 높은 위치에서 촬영할 수 있는 장비. 행사장 전체가 방송 스튜디오를 방불케 했다. 신작 게임을 공개하고 관람객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던 기존 방식에서 완전히 바뀐 것이다.

e스포츠 대회 '월드 e스포츠 게임즈&리그(WEGL) 파이널'이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나흘 동안 이 대회를 통해 '오버워치' '하스스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12개 게임 종목 대결이 펼쳐졌다. 각 게임을 생중계하는 대형 스크린은 가로 32m, 세로 24m 크기의 초대형 LED로 꾸며져 '보는 재미'를 더했다. 또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평가받는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블루홀은 80명의 유저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부스를 마련해 큰 호응을 얻었다.

관람객들의 다변화도 감지됐다. 신작 게임을 즐기기 위해 발걸음 한 관람객 못지않게 게임을 구경나온 관람객이 많았다. 남성 관람객이 대부분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여성 관람객도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첫날 열린 오버워치 경기장에는 수많은 여성팬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김현미(22·서울 강남구)씨는 "오버워치 인비테이션 경기를 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지스타를 찾았다"면서 "트위치에서 진행하는 게임 토크 콘서트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대규모 부스를 차려 소개했던 VR게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스타 2016에서 40여 종의 VR 신작을 발표한 소니가 올해는 참여하지 않았고, 작년에 콘솔 기기 시연에 나섰던 일본의 반다이남코 역시 불참했다.

◇e스포츠 종목 다양화…"종목 쏠림현상 깬다"

e스포츠의 성장세는 무섭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전 세계 e스포츠 팬은 현재 약 4억명으로 추정된다. 지난 4일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리그오브레전드(LoL·롤)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의 경우 시청자 수가 중국에서만 4000만명을 넘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뉴주는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올해 6억9600만달러(약 7652억5200만원)로, 지난해보다 41%나 커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e스포츠의 인기가 일부 게임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e스포츠 태동기를 함께한 '스타크래프트', 2단계 성장을 이루게 한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 같은 종목들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해당 종목을 즐기지 않으면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일종의 진입 장벽이 있다.

이번 지스타에서 열린 WEGL은 e스포츠계의 종목 쏠림현상을 깨뜨리기 위한 첫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전명수(41) 아이덴티티엔터테인먼트부사장은 "WEGL은 단일 종목 대회로 치러지던 기존 e스포츠 대회를 '글로벌 종합 종목 대회'로 확장시키기 위해 마련했다"며 "올림픽처럼 여러 종목을 다루면 다양한 취향을 가진 팬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WEGL에서는 아직 e스포츠에 포함되지 않은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새로운 종목들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마인크래프트는 플레이어가 게임의 모든 요소를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어 유튜브 1인 방송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는 게임으로, 특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각종 e스포츠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허준(40)씨는 "게임은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흥미 요소도 각양각색이라 현재 소외된 종목들도 어느 순간 e스포츠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면서 "지금처럼 우승팀을 뽑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e스포츠는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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