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존감 텃밭이 돼라. 김씨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스스로 자존감도 높이려 애썼다. 엄마 스스로 자존감이란 텃밭이 두터워야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그것을 이양해줄 수 있다고 믿어서다. 그는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무언가를 충분히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며 “엄마가 자존감의 양분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영양실조에 걸렸다면 결코 자녀에게 그것을 나눠 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스스로 행복해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도전을 이어갔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다.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일을 했고, 틈틈이 취미삼아 옷을 만들었다. 새벽에는 영어공부를 했고, 자투리 시간에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밀라노로 한 달간 유학도 다녀왔다. 그는 “엄마의 역할 중 하나는 도전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아이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것”이라며 “인터넷 카페에 물어봐서 얻은 정보가 아닌, 오직 사랑하는 누군가의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을 아이들에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지난한 몇 년간의 시간이 흐르자 아들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김씨는 “어느 날 아들이 제게 ‘엄마처럼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믿어주니까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며 “저도 아들 덕분에 진짜 엄마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씨는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거나 겪을 엄마들을 위해 ‘엄마의 자존감 공부’(21세기북스) 책을 펴냈다. 책을 쓰는 내내 강연장에서 만난 자녀교육 때문에 힘들어하는 30ㆍ40대 젊은 엄마들을 떠올렸다고. 그는 “아이를 정보에 의지해 키우는 젊은 엄마들을 자주 보는데, 아이는 부모의 철학으로 키우는 것”이라며 “아이를 정보에 의지해 키우면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만 강요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저는 만 명의 엄마가 있으면 만 명의 모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게 정답이라고 여기며 그걸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엄마의 모습, 오래도록 행복하게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모성입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아이가 있어야 함은 잊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