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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 장미란 기록, '고 2 이선미'가 넘어서다이날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체육관에 온 그는 어기적댔다. "전국체전이 끝나고 4박 5일간 휴가였거든요. 어제 오랜만에 훈련했더니 다리에 알이 잔뜩 배겼어요. 휴가 동안 뭐했느냐고요? 밀린 잠을 실컷 자고, 놀이공원에도 다녀왔어요."
이번 전국체전에서 여자 고등부 75㎏ 이상급 경기에 나선 이선미는 합계 266㎏(인상 118㎏, 용상 148㎏)을 들어 올렸다. 높디높았던 '장미란의 벽'을 뛰어넘은 지난 6월의 기록(인상 117㎏, 용상 146㎏, 합계 263㎏)을 불과 4개월 만에 늘린 것이다. 인상은 바벨을 한 번에 머리 위로 양팔이 쭉 펴지도록 드는 종목. 용상은 바벨을 먼저 어깨까지 들어 올린 다음, 머리 위로 드는 종목이다.
"순간 괴력이 나왔나 봐요(웃음). 사실 손목 부상 때문에 6월 기록만 나와도 성공이었거든요. 6월에 그 기록을 세웠을 때는 정말 꿈꾸는 기분이었어요. 구름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느낌? 이상하게 몸도, 바벨도 가볍더라고요."
이선미는 실전에 강한 스타일이다. 연습 때 부진하다가도 시합 때 자신의 최고 성적을 낸다. "대회 직전에는 무척 떨려요. 몸무게를 재고 경기를 하기까지 2시간 정도 시간이 있거든요? 이때 계속 왔다갔다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경기장에 서면 긴장이 사르르 풀려요. 어차피 지나갈 순간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바벨을 든 제 모습이 웃겨서 막 웃을 때도 있어요."
현재 키는 174㎝. 장미란(170㎝)보다 체격 조건이 좋다. 몸무게는 120㎏으로, 이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매일 5시간가량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만큼 자칫 방심하면 살이 빠지기 때문이다. 끼니마다 고봉밥을 먹고 초콜릿과 젤리 같은 간식을 달고 산다. 고기는 한 번에 5인분을 후딱 해치운다. "한동안 살이 안 쪄서 고민이었어요. 이제 노하우가 좀 생겼죠. 하하."
쉴 때는 영화나,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영상을 찾아본다. "체육관을 나오는 순간, 머릿속에서 역도를 아예 지워버려요. 그래야 운동할 때 더 집중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