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남시 춘궁동에서 옮겨온 이 느티나무들은 누렇게 떡잎이 생겨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폐기될 뻔했어요. 여기 은행나무는 나무를 심기만 하고 돌보지 않아 심한 병충해를 입었고요. 주인이 '혹시 살릴 방법이 없느냐'고 전화를 해와 저희가 데려오게 됐죠. 나무도 사람과 같아서 제대로 관리해 주지 않으면 아프거나 모나게 자라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다들 건강해졌지만, 예전에 받은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모양이 제각각이에요."
나무 고아원이 문을 연 건 지난 2001년의 일이다. 하남시청이 시내 가로수 교체 사업을 하면서 오갈 데 없어진 버즘나무 700여 그루를 현재의 나무 고아원 부지에 옮겨 심은 게 그 시작이었다. 뒤이어 은행나무, 느티나무, 홍단풍나무 등 수천 그루가 이사를 오면서 '나무 고아원'이라는 이름의 수목원이 조성됐다.
현재는 8만9000㎡ 부지에 50여 종, 1만5000여 그루가 뿌리내려 울창한 숲을 이뤘지만, 나무 고아원이 처음부터 '꽃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땅을 갈아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만드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묘목상에게서 나무를 사오는 비용보다 버려진 나무를 옮겨와 심고 가꾸는 데 훨씬 더 큰돈이 들었기 때문에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조재훈 과장은 "말 못 하는 나무라 해도 모두 소중한 생명인데, 조금만 보살펴주면 살 수 있는 나무들을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