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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선택권 확대… "내 전공은 내 맘대로 설계한다"

2017/10/16 03:03:59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 혁신'의 하나로 주목

'학생설계전공'은 서울대 말고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자기설계전공트랙' ▲한동대 창의융합교육원 '학생설계융합전공' ▲숭실대 'DIY 자기설계융합전공' (이하 DIY전공) 등이 있다.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는 2010년 '자기설계전공트랙'을 도입해 문·이과 간 구분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게 했다. 5개의 융·복합 트랙 외에도 전공과정을 학생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열어뒀다. 졸업할 때까지 지도교수가 학생 개개인의 학사과정을 관리해 준다. 한동대 '학생설계융합전공'은 재학생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학생은 전공설계 제안서를 직접 만들어 제출하고, 학생설계융합전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전공 과정에 들어간다. 지난해부터 총 25명이 학생설계융합전공으로 수학하고 있다.

가장 최근 학생설계전공을 선보인 대학은 숭실대다. 이 대학은 6개의 융복합 트랙을 제시하는 '융합특성화자유전공학부' (모집인원 137명)와 스스로 학문을 디자인하는 DIY전공을 각각 올해 1학기와 2학기에 신설했다. 특히 DIY전공은 숭실대가 개설하는 학기당 3000여 개(연간 6000여 개) 강좌 가운데 자유롭게 골라서 수강하는 것은 물론, 해외 교류(자매)대학에서 개설한 강의까지 조합해 새로운 전공을 만들 수 있다. 문과 출신 학생이 이과 계열 전공과목을 수강할 경우 생길 강의 부적응 문제도 보완책을 마련했다. 오세원 숭실대 대학교육혁신원 과장은 "물리·화학·공업수학·미적분 등 이과계열 기초과목 수강을 위해 전공 선배를 활용한 상담제를 시행해 학업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돕는다"며 "(학기당) 3000여 개 강의 중 학생에게 적합한 강의를 찾아줄 수 있도록 지도교수와 담당 과목 교수 등이 학사 지도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교육 전문가들은 학생설계전공이 확산하는 배경으로 인공지능 발달과 4차 산업혁명,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학 혁신'을 지목한다. 안동현 서울신학대 교양학부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에서 자유설계전공으로 여성학 학위를 수여한 후, 많은 대학에서 이를 일반 학과로 인정한 것처럼, 자기설계전공은 학생 역량 향상과 대학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동현 대전대 특임부총장(전 대교협 한국교양기초교육원장) 역시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면서 의사소통 기술과 더불어 지식사회 지형이 바뀌고 있는 만큼 대학 학문도 탄력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자기설계전공처럼 학문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융합교육을 정착시키려면 학생의 지적·정서적·도덕적 성장을 지도하는 교수의 의지와 역할이 관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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