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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병날까 새벽에 눈 번쩍… "제 꿈은 대농이랍니다"

2017/10/12 16:18:51

지난 11일 오후 5시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태웅 군을 만났다. 교복도 벗지 않고 농장 동물들의 먹이부터 챙겼다. "보통 하루에 두 번 먹이를 줘요. 학교 가기 전 새벽 5시 30분에 한 번, 학교 다녀와서 또 한 번. 밥 주면서 동물들의 상태를 살펴봐요. 설사한 놈은 없는지, 비실비실 아픈 놈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해요."

태웅 군이 키우는 동물은 한우 10마리, 염소 21마리, 닭 160여 마리다. 한우는 할아버지와 함께 돌보지만 염소와 닭은 태웅 군이 혼자 도맡아 기른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할아버지를 졸라 생일 선물로 받은 병아리 10마리가 시작이었다. "할아버지가 소를 키우는 게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저는 닭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온종일 닭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정성을 쏟았어요. 그게 6년 만에 160마리로 불어났죠."

직접 키운 닭과 계란을 팔아 번 돈으로 2년 전부터는 염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에 염소를 키울 때 소화불량 때문에 염소가 많이 죽었어요. 너무 속상해서 엉엉 울었죠. 그때부터 더 열심히 정보를 모았어요. 염소 키우는 사람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어떤 사료를 먹이면 좋은지, 아플 때는 어떤 약을 먹이면 좋은지 찾아보고 질문도 하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태웅 군은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일군 닭장과 염소 우리에 '태웅 농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농장은 아니지만 마을 어른들은 태웅 군을 어엿한 농장 대표로 인정해준다. 할아버지 한영운(72)씨는 "동네 사람들이 태웅이를 '한 대표'라 부른다"며 웃었다. "태웅이같이 어린애가 농사짓고 가축을 키운다고 열심히 하니 기특해서 하는 소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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