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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반 친구들 독자 삼아 만화 그려
김 화백은 어릴 적부터 만화 그리는 데 소질을 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독립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를 그렸는데, 반 친구들이 재밌다며 돌려볼 정도였다.
"해방 직후 가난했던 시절이라 부모님께 만화 그릴 공책을 사달라고 하기가 죄송했어요. 그래서 공책 하나에 만화를 꽉 채워 그린 뒤에 그걸 다른 친구의 새 공책과 바꾸는 식으로 해서 만화를 연습했어요."
만화가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김 화백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병을 앓게 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월사금(다달이 내던 수업료)을 제때 내지 못하는 날이 늘면서 학교도 그만두게 됐다. 절망에 주저앉을뻔했던 그에게 다행히 한줄기 희망이 찾아왔다.
"소식을 들은 학교 미술선생님께서 따로 만나자고 하시더니 미술에 소질 있으니 만화가가 돼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어요. 선생님 댁에서 미술을 배우며 1년여 만에 '물레방아'라는 첫 번째 만화책을 내게 됐어요."
이후 '서름길 구만리' '산송장' '철쭉꽃 피는 고향' '백제의 별' 등의 작품을 내놓았다. 1990년 3월 1일 소년조선일보에 연재를 시작한 뚱딴지는 만화일기, 명심보감, 명언산책, 석기시대 등 다양한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이중 뚱딴지 명심보감(전 3권)은 70만부, 만화일기는 37만부가량 판매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김 화백은 "오랜 시간 함께한 뚱딴지는 지금까지 낸 어떤 작품보다 애착이 간다"며 "다만 뚱딴지를 그리다 보니 성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 같은 말투를 쓰곤 한다"고 했다.
"나중에 '좀 더 어른스럽게 이야기할걸' 하고 후회해요(웃음). 그래도 뚱딴지 덕분에 20년 넘게 어린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친구이자 때로는 교훈을 주는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