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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1 때 진로 확고히 결정… 자소서 500번 고쳐 썼어요

2017/09/11 03:06:22

고 1 때부터 자소서 수백 번 고쳐 써

충북 청주시 소재 일반고에 입학한 권양은 중앙대 사회복지학과를 학종전형으로 진학할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뒀다. 중학교부터 꾸준히 해온 장애인복지관 봉사활동에서 영향을 받아 사회복지 정책을 주무하는 국가공무원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고교 1학년 1학기가 끝난 여름방학, 권양은 모의고사와 내신(중간·기말고사) 성적을 놓고 진지하게 검토했다. ‘앞으로 남은 고교 2~3년, 수능과 내신 중 조금이라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건 무엇일까?’ 고심 끝에 내린 그의 선택은 ‘내신’이었다. 이때 내신은 단순히 점수를 관리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학교생활을 비롯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조금씩 실현해 나가려는 의지인 동시에 학문입문자로서 준비과정이기도 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훗날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눈에 포착된 권양의 ‘가능성’은 바로 이 대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고교 1학년 2학기, 진학·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한 권양의 ‘활동’은 거침이 없었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졌다. 대학에 가면 어떤 세부전공의 교수진에게, 무엇을 배울지 알게 됐다. 예컨대 ‘사회문제론’ ‘조사방법론’과 같은 강의제목만으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학과 정보가 넘쳐났다. 권양은 “이때부터 수험생이 준비해야 할 경험과 자질이 무엇인지 조금씩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학년에 진학한 권양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토론 동아리를 만들었다. 팀원도 직접 모집했다. ‘노키즈존(no kids zone)’ ‘9시 등교제’ 등 찬반이 명확히 갈리는 주제를 선정했다. 그런데 토론이 거듭할수록 기대했던 명쾌한 대안보다 ‘그래서 어쩌지?’라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그러던 차에 일상의 문제를 제 손으로 해결할 기회를 잡았다. 토론 동아리와 교내 신문반을 겸하던 권양의 눈에 띈 난제는 ‘학교 신문은 (읽히지 않고) 왜 쉽게 버려질까?’였다. 권양은 설문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한편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기사 쓰기 방식과 가독성 있는 편집을 고민했다.

“학생 개개인이 진학할 특정 전공과 관련해서 교내에 체험행사나 경진대회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 학교에 이런저런 프로그램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없으면 만드는 겁니다. 직접 작성한 설문지를 돌리고, 자료를 수집해 대책방안을 찾아가는 건 사회복지학과에서 배우게 될 ‘조사론’과 관련된 활동이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나만의 방식’을 찾는 거예요.”

권양은 고교시절 자기주도적으로 한 땀 한 땀 이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에서 전공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내 방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양은 “사회복지는 혼자 살 수 없는 개인의 존재를,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일”이라며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도입부에 ‘한 아이가 성장하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넣었는데, 사회복지학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구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단지 자기소개서 한 줄에 매길 수 있는 가산점에 불과했다면 권양이 이토록 들떠 있진 않았을 것이다. 중앙대 다빈치형인재전형(학종)이 추구하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의 ‘진정성’이 빛을 발한 대목이다. 사실 권양의 자소서는 오랜 시간 숙성되고 정제된 글이다. 진로·진학만을 결정지었던 고교 1학년 때 이미 자소서 초안이 완성됐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수시로 자소서를 꺼내어 고쳤다. 심지어 자소서 제출 마감일까지 글을 고쳤다.

“1학년 겨울방학에 처음 쓴 자소서엔 열심히 필기하고 수업을 들었다는 식으로 썼어요. 사회복지학과를 염두에 두고 수업을 듣고, 여러 활동을 했던 2학년에 다시 보니 자소서가 너무 터무니없는 얘기들로 채워져 있었어요. 본격적인 입시를 앞둔 3학년엔 ‘이거 심각한 수준이구나’ 했죠. 마감일까지 자소서를 고쳤으니, 고교 3년간 하나의 자소서를 500번은 쓴 것 같아요.”

‘500번 고쳐 쓴 자소서’는 권양의 체감지수에 기댄 비공식 통계지만, 수백번 고쳐 쓴 배경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발전 가능성’ ‘잠재력’이 학종의 주요 평가지표로 알려진 터라, 권양도 처음엔 ‘성적 향상을 위한 노력’ 등 학업을 위주로 작성했다. 하지만 고교의 ‘사회문화’ 교과목을 비롯해 사회복지학이라는 학문을 직·간접적으로 맛보기 시작하면서 자소서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 감을 잡았다는 것이다.

“사회복지학과 강의안에 맞춰, 학교에서 배운 교과목이나 활동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고치기 시작했어요. 예컨대 설문조사를 했을 때 설문응답자의 남녀 성비가 한쪽으로 쏠렸었는데 당시엔 문제인지 모르고 지나쳤거든요. 이렇게 되면 조사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3 때 ‘사회문화’ 수업을 통해 알게 됐어요. 자소서에도 당연히 이런 시행착오를 넣어야 했기에 무수한 수정을 거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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