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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웹툰에 멍드는 초등생

2017/09/06 15:56:23

◇왕따·폭력·살인… 규제 없는 웹툰에 무방비 노출

"외○○○○○' '복××' '연○○○'…."

학생들이 웹툰 제목을 줄줄이 댔다. 하루에 3~4편 보는 것은 기본. 많게는 10편 넘게 보는 학생들도 있었다. 웹툰에 빠져드는 이유는 간단했다.

"쉽고 간편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잖아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고, 회원 가입을 할 필요도 없거든요."

웹툰을 서비스하는 플랫폼만 어림잡아 수십 개. 매주 수백 편의 웹툰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교사들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전모(6학년 담임) 교사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바로 웹툰"이라고 말했다. 전 교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가 크게 유행했지만, 올해 들어선 웹툰의 인기를 따라올 만한 게 없다"면서 "학생들이 모이면 웹툰 얘기만 한다"고 했다.

문제는 웹툰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012년 4월, 한국만화가협회와 자율 규제 업무협약을 맺고 웹툰 작가가 내용을 자율 규제하도록 했다.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시행 5년이 지난 현재 자율 규제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학교 폭력, 왕따, 성형, 살인 등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한 소재의 웹툰이 넘쳐난다.

초등학생들도 웹툰의 문제점을 체감하고 있었다. 6학년 이모 군은 "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친구를 심하게 때리거나 억지로 뽀뽀를 하려고 하는 장면은 아직도 보기 힘들고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모 군도 "만약 동생이 내가 보는 웹툰을 같이 보겠다고 하면 뜯어말릴 것 같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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