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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주인공' 되기 위해 노력하니 '한국 신기록' 따라와
안세현은 지난 7월 15일부터 31일까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접영 200m(2분6초67)와 100m(57초07)에서 각각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며 4위와 5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포함한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가 세운 최고의 성적이다.
"'저게 내 기록 맞나?' 계속 이름이랑 맞춰봤어요. '잃을 게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선 대회였어요. 저는 결승 진출이 목표인데, 다른 선수들은 메달이 목표잖아요. 도전자의 입장이니 두려울 게 없었어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는 두 달 동안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훈련에 몰두했다. 매일 1만2000m가량을 헤엄쳤다. 정신 집중을 위해 친구들과도 모든 연락을 끊었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그 상황을 즐기려고 애썼다.
"제가 뭘 하든 시간은 항상 흘러가잖아요. 이왕이면 '시간의 주인공'이 되자고 다짐했어요. 유럽에서 접영 종목 세계 일인자 사라 셰스트룀(스웨덴) 등과 경쟁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혼자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면서 풀었어요."
대회 직후 가진 3주간 휴식은 달콤했다. 친한 언니와 태국 푸껫에 다녀왔고, 가족과 대마도를 여행했다. "푸껫 가서도 물놀이를 실컷 했어요(웃음). 전 아무래도 땅보다 물에서 노는 게 더 편해요. 걸으면 쉽게 지치고 발바닥이 아픈데, 물에서는 몸이 훨씬 가볍고 자유로워요."
새로운 식구도 생겼다. 비숑 프리제라는 종류의 강아지다. "이름은 '부다'라고 지었어요. 이번 부다페스트 대회 덕분에 데려온 아이거든요. '성적이 좋으면 강아지를 한 마리 더 키우게 해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는데, 드디어 허락해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