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권리 찾자" 이틀에 걸친 자유 토론
총회 둘째 날인 오전 9시 서울 국제청소년회관. 총 13개의 분임으로 나뉜 아이들이 결의문 작성을 위한 토론에 한창이었다.
"웹툰을 보다가 깜짝 놀랐던 적이 많았어. 전체관람가인데 좀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것 같아."
박승현(대전 오류초 6) 군이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박 군이 속한 2분임은 '웹툰 등급제'를 주제로 삼았다. 백진(대전 유천초 5) 군은 "예전에 첫회부터 살인이 벌어지는 웹툰을 본 적이 있는데 아직 그 장면이 떠오른다"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은 웹툰이 전체관람가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만 나뉘어 있는데, 이걸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로 좀 더 세분화해서 표시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 등급 심사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면 어떨까?" (이서연·부산 거학초 5)
건너편 8분임은 '아동 권리 문제를 자유롭게 건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아동 권리 문제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의견을 올리는 방법이 있지만, 글 올린 사람만 진행 과정을 볼 수 있어서 많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아."(여주형·전남 목포 연산초 6)
"사람들은 '댓글' 다는 걸 좋아하잖아. 읽는 것도 좋아하고. 아동 권리 문제에 대해 글을 올리고 자유롭게 댓글도 다는 '공개 게시판' 같은 걸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황영서·충북 청주 각리초 6)
아동 대표들은 전날부터 이어진 긴 토론을 끝내고 결의문을 내놨다. 오후에는 분임 별 토론 결과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 서로 보완해 나갈 점을 지적하며 결의문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나갔다.
◇"우리 손으로 만든 아동 정책, 국회에 배달했어요"
주제 선정부터 토론, 결의문 작성, 최종 결의문 채택까지 행사는 아이들의 힘으로 진행됐다. 가끔 삐걱댈 때도 있었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나갔다.
"토론을 하기 전에 대화 규칙부터 만들었어요. '상대의 말 끊지 않기' '손들고 발언하기' '상대 말에 귀 기울이기' '다른 의견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기' 등이 있어요. 덕분에 의견이 충돌해도 금방 조율할 수 있었어요."(김하정·제주 아라초 6)
4분임 지도를 맡은 윤서희(23) 씨는 "분임 별 담임 지도자가 있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번 행사를 지켜보면서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낫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